볼 빠지지도 않은 벙커
발자국 정리했다 2벌타

골프 규칙은 복잡할 뿐 아니라 종종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직업 선수라도 미처 모르고 있거나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정도 수두룩하다. 골프 규칙이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바뀌는 이유도 복잡하고 불합리한 조항이 워낙 많아서다.

최근 스페인 라스 콜리나스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진 유럽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 2차전에서 이런 난해하고 납득하기 힘든 골프 규칙의 희생자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 지안-마르코 페트로치.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고 후반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5타를 쳤지만 1타가 모자라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 진출할 수 있는 연장전에 나가지 못했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에 2벌타를 받는 바람에 6언더파 65타가 4언더파 67타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페트로치가 2벌타를 받은 사연은 이렇다.

마지막 홀 페어웨이에 놓인 볼을 치기 전에 그는 정확한 거리를 재려고 그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개 선수들이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앞에 있는 벙커로 걸어 들어간 페트로치는 벙커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이 남긴 발자국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경기위원회는 페트로치의 이 행동이 골프규칙 13조2항을 어긴 것이라고 판정하고 2벌타를 부과했다.

13조2항은 ‘플레이 선의 개선’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비록 페트로치의 공은 벙커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벙커가 볼과 그린을 연결하는 선상에 있기에 벙커를 정리한 건 플레이 선의 개선에 해당한다.

페트로치는 트위터에 “그게 규정 위반인 줄 몰랐다. 쓰디쓴 교훈을 얻었다”고 썼다.

이 소식을 전한 대다수 매체는 ‘유망주가 말도 안 되는 규정에 당했다’거나 ‘보기 드문 규정’, 또는 ‘미친 골프 규칙’이라고 페트로치를 동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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