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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의 암각화 톺아보기(17)]드니 비알루의 다원주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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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8  2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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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선사유적들이 즐비한 베제르 계곡에서 부모를 따라 여름휴가를 보내던 비알루(Denis Vialou)는 우연히 동굴벽화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라스코 동굴을 조사하던 글로리(Andre Glory, 1906~1966)는 벽화에 마음을 빼앗긴 15세의 어린 소년에게 밤마다 곁에서 램프를 들게 하였다. 글로리의 문하생으로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낸 비알루는 1966년 갑작스럽게 스승 글로리가 세상을 떠나자 라스코 동굴조사를 도맡게 되었다. 1976년 루와-꾸우랑의 지도를 받아 ‘아리에지 막달레앙 동굴벽화’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알루는 루와-꾸우랑 이론의 계승자였지만 구조주의와 샤머니즘의 논쟁에서는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다양한 동굴벽화를 하나의 이론과 법칙으로 접근하는 것을 길가메시 서사시(Gilgamesh Epoth)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가메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전설의 왕으로 수많은 신화와 서사시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유럽의 많은 신화의 모티브가 길가메시 서사시에 뿌리를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점토판에 기록된 내용들은 메소포타미아 주변의 다양한 전설들을 모아 주인공을 길가메시 대체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비알루는 선사미술에 어떤 법칙이나 거대이론보다는 유적 나름의 다양성과 독특함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벽화들은 벽면의 형태나 공간과 관련되어 있으며, 그림의 주제와 형태는 개별 동굴의 특성과 화가의 관념과 감수성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동굴을 하나의 작은 세계로 보아야 하고 주변 유적이나 자연환경, 생업 등 당시 인간들의 생활을 함축하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 드니 비알루.

라스코는 라스코 나름의 맥락으로 알타미라는 알타미라의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다원주의(pluralism)는 모든 그림을 아우를 수 있는 어떤 이론이 아니라 유적 나름의 독특한 환경과 맥락을 중요시하는 연구자의 태도를 말한다. 그 배경에는 전 대륙에 걸쳐 수많은 바위그림들이 조사되면서 선사미술의 연구지평이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범위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알루는 연구자들이 다원주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거대이론에 대한 소모적 논쟁보다 다양하고도 넓은 시야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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