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거주자 “화장실 다녀오니 발화…불 끄려다 번져”

9일 새벽 발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찰은 전열기 문제로 불이 났을 개연성에 염두를 두고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고시원 3층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현장감식 결과와 301호에서 불이 난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301호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301호 거주자 A(72)씨는 경찰에 “오늘 새벽 잠을 자고 일어나 전열기 전원을 켜고 화장실에 다녀온 이후 전열기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며 “주변 옷가지와 이불을 이용해 불을 끄려 했으나 주변에 옮겨붙어 불이 확산하자 나도 대피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가 사용하던 전열기는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일반 스토브(난로)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기름이나 인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방화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실화로 최종 확인될 경우 A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망자 7명 중 6명은 지문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했고, 중앙의료원에 안치된 나머지 1명의 신원은 확인 중이다.

사망자는 국내에 거주하던 일본인 1명을 포함, 모두 54∼79세의 남성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망자 가운데 4명의 유족과 연락이 닿은 상태로, 이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자 10일 오전 10시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망자들에 대해서는 이날 중 부검영장을 신청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방화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거주자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