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캘리포니아 ‘캠프파이어’ 사망자 23명 실종자 110명에 달해
‘파라다이스마을’ 폐허로 변해…진화율 20%대 피해 눈덩이
남캘리포니아서도 2명 사망…말리부등 25만명 긴급대피

▲ 대형산불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의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9일(현지시간) 주택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한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이 주(州) 재난 역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대형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각) CNN·AP 등 미국 언론과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북부 캘리포니아 뷰트 카운티에 캠프파이어가 발화했고, 로스앤젤레스(LA) 북서쪽 말리부 인근과 벤투라 카운티에 각각 울시파이어, 힐파이어가 일어나 산림과 주택가를 휩쓸듯이 불태우고 있다.

◇북 캘리포니아 사망자 23명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인 ‘캠프파이어’의 희생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 뷰트 카운티 경찰국은 10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으로 북 캘리포니아 사망자가 23명으로 늘었으며 실종자도 11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대피한 주민만 북 캘리포니아 5만여명, 남 캘리포니아 25만여명으로 줄잡아 30만명에 달한다고 지역 방송들은 전했다.

북부 캘리포니아 캠프파이어는 시에라네바다산맥 산간마을 파라다이스 타운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이 산불은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많은 건물과 가옥을 전소시킨 산불로 기록됐다. 소방대원들이 밤새 사투를 벌였지만, 진화율은 20%에 그치고 있다. 강하고 건조한 바람이 불길을 키우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도 말리부와 벤투라 카운티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울시파이어로 주민 2명이 숨졌다.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인 말리부 주민 전체에 소개령이 내려졌다. 울시파이어는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고 있다.

 

◇전쟁터로 변한 파라다이스 마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290㎞ 떨어진 뷰트 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에 탔다. 주민 2만6000여명이 전부 대피했다. 지난 8일 캠프파이어가 발화한 직후 불길이 마을 전역을 휘감았고 프로판가스통이 터지면서 불기둥이 치솟고 전봇대가 쓰러지는 등 화재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대피로가 산길 하나뿐이어서 차가 가로막히자 뛰어서 대피한 가족도 상당수다. 파라다이스 마을은 두 협곡 사이에 자리 잡은 곳으로 1800년대에 조성돼 은퇴자와 지체 장애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 5명이 불에 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3명은 집 밖에서, 한 명은 집안에서 각각 숨졌다. 뷰트 카운티 경찰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뷰트 카운티 전체에서 대피한 주민은 5만2000여 명이다.

◇LA 주변 산불로 25만명 대피

LA 북서쪽에서 잇달아 발화한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는 북 캘리포니아 산불보다 규모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위협하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LA 북서부 해안과 산간에 걸쳐 있는 말리부는 전체 주민 1만2000여 명이 대피했고, 벤투라 카운티까지 포함하면 남 캘리포니아에서 불을 피해 피신한 주민 수가 25만명에 달한다고 CNN은 전했다. 울시파이어는 10일 현재 진화율이 제로에 가깝다. 불에 탄 피해 면적은 7만 에이커(283㎢)에 달한다.

말리부에 있는 페퍼다인 대학 캠퍼스도 위협받고 있다. 밤새 소방관들이 대학 건물을 지키기 위해 소화 작업을 벌였다. 교직원·학생 수백 명이 대피소로 피신했다. 불길이 캘리포니아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휘감아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미국의 1번 도로인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도 한동안 불통했다.

기상청은 산불의 위력을 키운 샌타애나 강풍의 속도가 전날 최고 시속 80~100㎞에서 40~50㎞대로 줄었다고 전했다. 소방대원 수천 명이 남·북부 캘리포니아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