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재난대응 매뉴얼 교육 훈련
화재·폭발 위험성 물질관리 철저
동일유형 화재 반복 방지에 만전

▲ 이성근 울산시민안전포럼 상임대표 전 울산시교육위원회 부의장

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달 7일 오전 10시56분에는 경기 고양 저유소 휘발유 저장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31일 낮 12시에는 울산의 롯데케미칼 1공장 냉각탑 6층에서 화재가 발생,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고양 저유소에서는 저장용량 490만ℓ 탱크 14개 중 440만ℓ가 저장된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17시간 만인 8일 오전 4시께 진화되었고 다행히 주변 탱크에는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았다. 재산손실만 117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대형 화재사고가 많았다.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 9층짜리 스포츠센터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 37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8년 1월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당했다. 이어 2월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3층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66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155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참사와는 대조가 된다. 세브란스병원 화재의 경우 직원들이 평소 훈련을 통해 숙지한 ‘화재 재난대응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고, 스프링클러와 방화벽 등 소방 안전장비와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덕분이었다. 특히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라 발화지점 쪽 병동 환자들을 신속하게 반대쪽 병동으로 이동시켜 환자 등 300여 명이 긴급대피 등 신속 대응한 결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 화재의 특징을 보면 인명 피해가 많고 5월에 발생한 2건을 제외하면 8건은 동절기에 발생했다. 또 최근 5년간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약 1500여명으로 매년 평균 25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인명 피해가 10명 이상인 대형화재 20건 중 19건은 동일한 유형으로 스프링클러가 미설치 되었거나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발생시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하도록 하는 경보기를 꺼놓아 많은 사상자가 발생, 화재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 설치와 유지관리가 안되고 있음을 확인케 했다.

화재 발생이 빈번한 동절기가 오고 있어 화재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울산은 정유 등 석유화학 공장이 많아 인화성·유해성 물질을 제조·저장하는 시설이 많고 고양 저유소 보다 더 큰 저장시설이 있어 더욱 그렇다.

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은 풍등이 휘발유 저장 탱크 옆 잔디에 떨어져 인화된 것이라고 하지만 저유소를 관리하는 수십 대의 CCTV가 있었음에도 불이 붙는 18분 동안 저유소를 관리하는 직원들은 화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초기 진화가 가능 했음에도 대형화재로 확대 되었기에 저유소 안전관리 시스템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탱크 주변 불이 붙을 수 있는 가연물을 제거해야 함에도 풀을 잘라낸 뒤 이를 마른 풀이 가연물이 되도록 방치한 것으로 확인 됐다.

울산의 화학공단은 지은지 4~50년이 지나 시설 노후와 유지관리 문제로 화재, 폭발, 누출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 시민의 생명과 재산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3년간(2015~2017) 울산 관내 산업현장에서 화재 17건, 폭발 6건, 누출 9건 등 32건이 발생, 10여명의 사망자와 30여명의 부상자가 생겨났다.

울산의 대형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인화성·유해성 물질을 제조·저장하는 시설의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화재취약 요인과 대형화재 취약대상에 대한 특별관리, 특정소방대상물 중 화재취약정도가 위험한 대상을 집중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산업현장의 화재·폭발과 다중이용시설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방안전 기본시설은 물론 자동화재 탐지설비, 단독경보감지기 등 시설 확충과 평소 유지관리는 물론 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성근 울산시민안전포럼 상임대표 전 울산시교육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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