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까지 증산기조 밝히다
이란제재 일부국 면제조치로
공급과잉 전망 감산으로 선회
최근 유가 급락 변동성 확대

▲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장관급 공동점검위원회(JMMC)에서 내달부터 원유 공급량을 하루 50만배럴씩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 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다음 달부터 하루에 5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장관급 공동점검위원회(JMMC)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더 많은 원유 감산엔 아직 산유국들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0월 기준 1070만 배럴 정도였다.

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어떤 특정한 결정을 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대답을 유보했다.

알팔리 장관은 한 달 전만 해도 사우디를 국제 원유시장의 ‘충격흡수자’로 자처하면서 이달부터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간 선거와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복원을 앞두고 유가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사우디를 위시한 OPEC에 증산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유가가 오르면 중간 선거에서 득표에 악영향을 주는 데다 대이란 제재에 대한 역풍이 불게 되는 탓이었다.

따라서 유가 상승을 막기 위해 대이란 제재로 감소하는 이란산 원유 공급을 사우디가 원유를 추가로 생산해 대체하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었다.

사우디는 이런 미국의 압박에 다소 불만을 표시했으나 지난달 2일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몰리면서 위기에 처하자 같은 달 15일 돌연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미국의 도움이 절실해서였다.

그러나 미국 중간 선거가 끝난 데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일부 국가에 제재 적용을 면제하고 수요가 감소하리라는 전망 속에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자 사우디가 감산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OPEC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은 2016년 11월 하루 18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합의해 배럴당 30배럴대까지 떨어졌던 유가를 2년 만에 80달러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과 리비아·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공급 불안을 근거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 등 세계 최대 수출국들이 이란의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생산량을 늘린 데다 미국이 일부 국가에 대해 제재 예외를 인정하면서 유가는 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 9일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 선이 깨져 69.13달러까지 내려갔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8일 지난달 초에 도달한 4년 만의 최고치에서 20%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한 데 이어 9일에는 10거래일 연속 내려 1984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알팔리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의 유가 급락은 놀라운 수준이다. 시장의 심리는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데서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쪽으로 옮겨졌다”며 유가를 높여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테헤란=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