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 국가유지 중요 요소
법 논리 앞서 국민 공감대 필요
사회통합으로 안정된 공동체 기대

▲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사회적 격변기라 그런지 ‘양심’까지도 법정에 서게 되었다. 일상에서 양심이라면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에 해당하는 인간의 선한 본성 정도로 알고 있다. 양심은 우리 헌법에도 두 군데 등장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헌법 제103조의 법관의 양심은 개인의 주관적인 도덕적 양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하는데 필요한 법조적, 논리적, 객관적 양심 즉 직업적 양심이라고 하고,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에서의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고 한다. ‘양심’으로 표현은 되지만 그 의미는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어느 양심이나 개인의 극히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구나 개인이 가진 양심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양심의 진위를 판단하는 수사와 재판으로 사법부는 야단법석이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 재판은 법관의 양심에 대한 재판이다. 고위 법관 한명이 구속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등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법관이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양심에 반하는 재판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에 있다. 가담한 법관의 양심선언이나 이에 준할 정도의 객관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양심의 진위를 판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 되어 사법부의 신뢰만 해칠 수도 있다. 재판에 대한 신뢰는 법관들의 선한 양심에 대한 믿음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재판 제도의 끊임없는 보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심급제도, 법관기피제, 증거재판주의 등등 많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신중한 심리를 위한 법관 증원, 전관예우의 확실한 불식, 배심원제의 확대, 대법관 임명의 정치권력 배제 등에 관한 제도적 보강이 오히려 시급해 보인다.

대법원은 이달 초 양심의 자유에 기초한 병역 거부는 무죄라고 판단을 하였다. 그간 특정 종교 신도들이 사람을 살상하기 위한 집총을 거부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이 징역살이를 감수하였다. 작금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 입법화를 주문하는 판결에 이어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해묵은 특정 종교 신도들의 집총 거부 문제를 해결하고 기본권 보장을 진일보시킨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반면 아직도 한국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관적인 양심을 이유로 국방의무의 예외를 인정한 판결은 획기적인 만큼 우려되는 점도 많다. 양심의 진위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대체 복무제가 아직 입법화 되지 아니한 가운데 무죄 판결을 받은 남성의 병역법상의 지위가 모호하다는 점 등이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외침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비양심적이라 병역을 필했느냐’는 국민들의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공감대 마련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지금은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동·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을 당시 서독 기본법은 제12조A 제 1항에서 병역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2항, 3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부제를 규정하고 있었다. 즉 서독은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우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국방의 의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은 그 모양새가 궁색해 보인다. 국방의 의무나 사법부에 대한 신뢰 등은 국가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대한 제한은 법 논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사회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양심재판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좀 더 안정화된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