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 버려진 폐앵커와 체인들
정박 선박 앵커와 엉켜 각종사고 유발울산항 안전 위해 지속적인 수색 작업

▲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

항만에서의 선박사고는 자칫 잘못하면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금전적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 2007년 태안에서 있었던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 사고나 2015년 중국 텐진항에서의 폭발사고를 보면 그 피해는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항에서는 연간 약 2억t의 화물이 처리되고 있다. 이중 1억6000만t 정도가 액체화물이며, 이는 곧 울산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의 80%가 위험화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울산항은 타 항만과 비교해 위험화물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각별한 의식과 지식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지만 공사가 울산항의 모든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2014년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보다 종합적으로 해양안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울산항 해양안전벨트’가 발족되었다. 당시에는 공사를 비롯한 8개 기관 및 단체로 시작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민간기업까지 참여하는, 울산항 안전을 상징하는 단체가 되었다.

이들이 울산항의 안전을 위해 펼치는 시책은 매우 다양하다. 위험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순회교육, 사고 발생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대규모 민관합동 훈련, 그리고 지난해에는 국내 항만 최초로 항만안전 국제컨퍼런스를 성공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울산항은 연간 2만4000여척의 크고 작은 선박이 빈번하게 입출항하고, 비록 좁은 수역이지만 선박 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울산항 도선사들의 높은 조종술로 인해 타항 보다 현저히 선박 운항사고가 없는 세이프티 포트(Safety Port)다.

예를 들면 정박지의 안전과 관련된 활동이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는 ‘정박지’는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기 전 앵커(anchor·닻)를 내려 대기하는 곳이다. 부두가 비어 있다면 바로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면 되지만, 다른 선박이 접안해 있는 경우에는 정박지에서 투묘(닻을 내림) 작업을 하고 대기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관제센터(VTS)와 접안을 허가하는 교신이 이루어지고 나면, 선장은 양묘(닻을 올림) 작업과 동시에 접안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앵커가 어떤 이유로 인해 양묘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해상크레인 등을 동원해 앵커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해상의 날씨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는 앵커를 그대로 바다에 버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한다. 이렇게 버려진 폐앵커와 체인은 이후에 정박하는 선박의 앵커와 서로 뒤엉켜 똑같은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작업 스케줄은 모두 연기되고, 이것은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과 선박 충돌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이러한 사례가 울산항에서 최근 3년간 10여건이 발생했다. 이에, 울산항 해양안전벨트는 해저장애물을 제거해 울산항 선박통항 안전성 확보에 뜻을 모았다.

울산항 해양안전벨트는 국립해양조사원에 협조를 요청해 울산항 정박지에 대한 정밀수로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저장애물 위치를 특정했다. 지난해 12월, 장애물 의심지역 2곳에 잠수사를 투입해 육안 수색을 실시했지만 끝내 장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애물이 펄 속에 파묻혀 육안 수색이 불가했던 것이다. 그래서 선박에 인양장비(갈고리) 등을 연결해 해저면을 샅샅히 훑는 방식으로 수색을 재개했고, 올 10월 마침내 폐앵커 1개를 바다 밖으로 건져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서로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 비록 1개의 폐앵커를 수거했지만 말이다. 내년에는 수색을 범위를 더 넓힌다고 하니 그 성과가 사뭇 기대된다.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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