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상태처럼 신체 이완, 내면에 집중
무의식속 병의 근원 찾아 기억삭제·교정
치료비용 높지만 호전 빠르고 부작용 적어
최면치료(The hypnotic therapy)

 

60대 주부 이모씨는 남편과의 사별로 인한 우울증으로 오랜시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우울함과 불안, 신체증상 등이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약물복용과 정신치료만으로는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최면치료를 받기로 했다. 높은 치료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면치료를 받은 후 이씨는 약물복용도 줄었고, 견디기 힘들 정도의 우울감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경제적 비용 높지만 효과 빨라

최면치료는 정신병적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전환장애, 신체화장애, 시험불안, 해리장애 등 다수의 정신질환에 적용했을 때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

시간적, 경제적인 비용이 기존 치료에 비해 높은 편이나 빠른 호전을 원하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비해 높은 치료비용과 최면감수성 등을 고려했을 때 모든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권유하는 치료법은 아니다.

최면치료는 최면을 유도하는 단계, 최면 후 암시 및 탐구 등을 통한 치료 단계, 치료 후 각성 단계로 나뉜다.

우선 최면치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최면상태를 유도함으로써 시작된다. 의사는 최면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이완요법을 병용하며 환자를 편안한 상태로 이끌어 간다. 최면 유도 전 심한 불안을 호소했던 대다수의 환자가 최면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고,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불안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면치료는 변화를 원하는 환자가 수용적인 상태에 있을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수용적 상태는 최면으로 인해 빠르고 쉽게 달성할 수 있기도 하다. 즉 최면 자체가 환자에게 편안함을 주고, 환자의 의식적인 불안, 초조, 긴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치료저항을 낮추기도 하고, 치료적인 변화를 더욱 촉진할 수 있는 상태로 이끌어 준다”고 설명했다.

환자를 최면 상태로 유도한 뒤에는 심리상담, 정신분석 등 치료기법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개선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정식 치료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면에 걸리면 환자는 수면 상태에 들어선 것처럼 신체가 이완되면서 자신의 내면 상태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최면에 걸리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 상태로 꿈을 꾸는 듯한 환상을 경험한다. 현실 대상 중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의사이며 이러한 방법을 통해 무의식 속 병의 근원을 파악해 기억을 없애거나 잘못된 인식을 교정한다.

최면 상태에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의 부정적이고 왜곡된 기억을 교정하는데 도움이 되며, 최면에서 깨어난 후에도 이러한 효과가 지속되기도 한다.

▲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최면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정신집중으로 마음의 상처 치료

최면치료 중에도 환자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송 전문의는 “아무리 최면 상태가 깊어져도 그 순간 말에 따르고 대화를 하는 것은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는 본인이 원치 않는 말,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최면은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혼수상태와 같이 의식이 떨어진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면치료를 받은 후 영원히 잠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송 전문의에 따르면 “최면 상태가 매우 편안해서 잠을 자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깨우면 다들 일어난다. 만약 현실에서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본인이 깨어나기 싫어하는 경우 환자의 내면을 탐구하고 이를 정신과적 면담기법과 치료 암시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킨다”고 설명했다.

최면치료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송 전문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정신과 교수이자 최면치료의 개척자인 허버트 스피겔 그리고 그의 아들인 스탠퍼드대학교 정신과 주임교수 데이비드 스피겔은 최면을 ‘한곳에 강하게 집중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치료자에 의해 환자의 주의가 한 곳에 집중됨으로써 주변에 대한 인식이 감소하고 이를 통해 최면 상태가 유도되는 것이다. 최면은 정신집중을 통해 이뤄진다고 했듯이 단순히 정신을 집중하는 일에 위험할 것이 없다. 신체 내부로 투여하는 물질도 없으니 오히려 약물치료보다 부작용의 가능성도 적다. 원칙적으로 정신을 온전히 한 곳에 집중하고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좋은 말을 듣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송 전문의는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약물치료부터 비약물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가능하다.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 후 본인의 증상에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길 바란다. 반드시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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