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위험하다. 배가 난파하기 직전, 배 안의 쥐떼들이 도망을 친다고 한다. 큰비가 오기 전 개미들이 줄을 지어 옮겨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의 징조도 몇가지 엿보인다. 지금 한반도로 이라크에 가있던 많은 종군기자들이 속속 입국하고, 며칠전 에릭 이버츠라는 프로 농구 선수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떠나며 전쟁을 예고하였다는 보도를 접하며 필자는 전쟁의 냄새를 물씬 맡는다. 주한미군과 가족의 한강이남 재배치, 일본의 참전을 보장하는 유사법제 통과, 한국정부의 국방비 대규모 증액, 미국의 소형핵탄두 벙커버스터 개발...

 지금 한반도는 전쟁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최근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가 한반도 전쟁 발발시 한미양국의 군사작전계획인 "OPLAN 5027"을 공개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북을 선제 공격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거하고 북의 체제를 완벽하게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공격이 서울인구의 약 절반인 450만명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가정한 전면적 핵선제공격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에게 대북 공격개시 4시간 전 통고할 것임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계획 "OPLAN 5030"에는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온다. 정찰기를 북한영공에 최대한 접근시켜 북한 공군기들을 긴급 발진토록 함으로써 항공연료를 소진케 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불시에 벌여 북의 통신망을 교란시키고 벙커에 투입된 북한군의 비상식량과 군수물자를 소진시킨 후 바로 북을 침공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에 사는 일가친척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최근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일 미국의 언론은 북에 대한 저주와 전쟁발발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 민족이 전쟁의 참화속에 죽어갈 위험이 커지는 이때, 여야 정치권은 허구 헌날 신당이니 헌당이니, 특검이니 거부권이니, 뇌물비리니 하는 눈쌀 찌푸리게 하는 당파싸움으로 여념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면 미국에 NO라고 하며 당당하게 민족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당선된 후 소파개정을 외치는 광화문 반딧불들에게 촛불을 끌 것을 요구하였다. 명분없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국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파병하였고 급기야 미국에 가서 부시를 만나 북에 대한 추가적 제재-군사공격-까지 합의해 주는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냉전과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기득권을 누려온 보수세력들은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을 대북송금 특검 운운하며 한낱 스캔들로 격하시키더니 이제는 아예 남북화해협력 사업 전반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새삼 정전 반세기를 돌아보며 최근의 상황과 맞물려 그 어느때 보다 평화를 소망하게 된다. 언론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만 금과옥조처럼 외칠 뿐 민족공조, 민족 대단결의 목소리는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이제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평화를 사랑하고 민족의 하나됨을 원하는 사람들, 우리 아이들에게 통일된 나라, 미국앞에 당당한 조국을 물려주기 원하는 사람들부터 촛불을 켜 들고 한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반대합니다! 북미는 불가침조약으로, 민족은 6·15공동선언으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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