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공간 건축비 높고 매매 힘들지만
사생활 보호·넓은 주거환경 동시 충족
공동체 의식 높이는 ‘코-하우징’ 주목

▲ 손진락 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회장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도도 나날이 증가한다. 필자에게는 구십이 넘은 모친이 계신다. 다행히 건강하셔서 본가에 혼자 거주하고 있다. 자식들을 보고픈 그리움 때문인지 전화로 이것저것을 챙겨서 준다고 갖고 가라고 한다. 아마 자식들과 손주들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반면 결혼 적령기의 자식 세대는 결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 같다. 필자도 직접 겪는 이런 문제들을 내 주변만이 아닌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으니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있다. 결혼을 했다 하더라고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족(Dink族)도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누리기 힘든 젊은 세대가 자식을 키우는 수고 대신 자신의 삶을 누리는 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 출산을 계획한 가정이 있어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후에 아이를 갖겠다’고 생각을 하니 당연히 출산율은 저하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노동력을 가진 청년, 장년층 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시의 집중화로 인해 도심에서는 주택공급량이 부족하고 교외에서는 인구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는 주거의 대안으로 코-하우징(Co-Housing)을 생각해볼 수 있다. 197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 사용된 주거방식인 코 하우징은 우리나라에서는 동호인주택 또는 협동주택이라고도 불린다. 지난달 시론에서 소개했던 ‘땅콩 집’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형태의 공동체적인 주택을 의미한다. 필자가 ‘땅콩 집’에 이어 코 하우징을 논하게 된 것은 바로 코-하우징의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에 주목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원천적인 장점이라기보다는 시대적인 흐름에 기인한 것이다. 코-하우징은 애초에 공동체의식을 재창조하기 위한 모델이자 현대인들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욕구가 반영된 주거방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코-하우징은 식생활에 따른 채식주의자들이 함께 생활한다든지, 음악·미술 등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주거지를 형성했다. 다양한 거주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핵가족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협동심을 느끼고 또한 공동구매와 공동요리, 공동식사 등을 통해 만족한 식생활과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바로 이런 코-하우징이 필요한 이유를 국내에서 찾아본다면 요즘들어 조금씩 증가추세에 있는 젊은 세대의 귀농과 귀촌이다. 텅 빈 시골 마을의 주택을 협동주택으로 개조하여 귀촌을 한 젊은 세대들에게 저가 장기 임대 등으로 지원한다면 농어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후된 도심에서도 노인 부부와 젊은 부부를 이어주는 세대 결합형 협동주택을 만든다면 노인들은 아이를 보는 즐거움을 얻게 되고, 젊은 부부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식사 공간, 부엌, 어린이 놀이방, 손님방, 세탁실, 회의실 등 공용공간을 만들어 한 달에 몇 번이라도 공동의 시간을 보내면서 또 개별적인 주거를 보완해 나가는 공동체생활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그로인해 고령화가 발생되는 시대적인 흐름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주택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특유의 주거문화가 있고 특히나 협동 주택의 경우 공용공간에 대한 건축비가 높을 뿐 아니라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아 매매가 쉽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협동주택은 공용부분(주방, 창고, 취미 공간)등 함께 사용하는 가용 공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 장점들이 존재한다. 특히 1인 가구나 핵가족을 위한 주거 형태로 협동주택을 구성하게 된다면 적은 비용으로 더욱 풍요로운 주거환경이 확보되면서 안정적인 이웃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주거의 근본적 기능을 자연스럽게 충족하게 되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 고독사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옛 속담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협동주택에서 잃어버린 가족애를 찾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에 다시금 주목한다.

손진락 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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