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 채 되지 않아 또 바뀌었다. 지난 8월 2회 추경에서 울산시는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보조 사업비 20억원을 반영했다. 그런데 현재 의회에 상정된 3회 추경에서는 다시 전액 삭감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부동의(不同意)’로 지지부진해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노선을 변경해 재추진하겠다고 했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생각이 다시 바뀐 모양이다. 이미 편성된 예산을 다시 삭감한 것은 재추진 의사를 접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고 봐야 한다.

영남알프스케이블카 사업은 군수가 바뀔 때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환경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며 18년을 끌어왔다. 더구나 이번에는 새 시장과 군수가 들어오고 난 뒤에도 벌써 수차례 오락가락이다. 행정의 신뢰도 추락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에 포함했던 이선호 울주군수의 ‘오락가락’은 벌써 네번째다. 당선 후 미온적 태도를 취하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개인 이선호는 케이블카를 반대하지만 군수 이선호는 다르다”면서 재추진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7월 하순에는 송시장이 반대의견을 나타내는데다 환경부의 부동의로 인한 부담 탓인지 다시 한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8월 중순 송시장과 시정소통회의를 한 이후 재추진을 약속했다. 송시장도 이때를 기회로 부정적 입장에서 적극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송시장은 “환경훼손의 문제점 보다 관광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군민들의 요구가 더 중요하다”면서 노선변경을 통한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0월 초순에만 해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간월재휴게소가 이미 개발돼 추가적인 환경훼손 없이 상부정류장 설치가 가능하다”며 “복합웰컴센터~간월재휴게소 노선은 환경부와의 협의도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니까 겨우 한달만에 다시 포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케이블카 사업의 재추진 중단이 알려지면 상권활성화를 기대했던 신불산 자락 주민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반면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산악관광활성화를 위한 또다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모양이나 지역주민들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할 자치단체가 오히려 갈등을 양산하는 꼴이니 시민들간 갈등의 반복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름난 산악 관광지 치고 케이블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이제서야 새로울 것도 없는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도 넌센스이지만, 환경훼손을 우려해서 그 케이블카마저 설치를 못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케이블카 설치에 18년을 매달려도 어떤 쪽으로도 분명한 결론을 못 내리는 지방정부의 한심한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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