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APR 1400’ 일반인이 들으면 그냥 생소한 이름. 이것은 국내 최초의 수출에 성공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1400㎿)인 신형 가압 경수로 모델이다. 2002년 국내 원자력 규제기관으로부터 표준설계를 인가 받았으며, 현재 상업운전 중인 신고리 3호기 그리고 후속 원전인 신한울 1, 2호기 및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한 원전에도 적용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지난 2014년 12월에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에 ‘APR1400’ 모델 표준설계에 대한 설계인증을 신청한 후 2018년 9월 표준설계 승인서(Standard Design Approval)를 받았다. 이에 따라 NRC는 연방규정에 맞게 후속 법제화 과정을 거쳐 내년 5월쯤 APR1400 표준설계 인증서(Design Certification)을 최종 발행하게 된다. NRC의 표준설계 승인이란 특정 원전의 표준설계에 대해 안전성을 인증해주는 제도이며, 유효기간이 15년 그리고 최대 15년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APR1400’ 원전 모델은 까다로운 미국 안전규제요건을 통과함으로써 설계인증을 취득하고, 한국형 원전의 안정성과 기술력을 전 세계에 객관적으로 입증 받는 것은 물론 미국에 원전 수출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안정성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을 넘어서 현재 진행중인 영국, 사우디, 체코, 폴란드 등의 해외사업 확대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32년까지 현재 원전의 약 40% 가까이 교체될 전망인 미국으로의 원전 수출 자격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원전 수출전망은 매우 호전적이며 향후의 추가 수출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매우 좁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이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미 조선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으며, 자동차업계도 작년대비 판매실적이 크게 줄어 부품업계까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전력 경제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원전 1기 수주는 5만6000개 일자리창출과 더불어 중형차 약 25만대 수출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제 원자력은 단순히 전력공급의 기능만을 하는 발전소가 아니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과 같이 우리나라의 국익을 창출해내는 하나의 산업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 수준의 한국 원자력발전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유력한 대안인 것이다.

얼마 전 원자력발전 공론화로 인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및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정지되었다. 주변국의 자연재해, 반(反)원전단체 활동, 원자력에 대한 오해, 대중매체 등에 의한 국민들의 과도한 우려와 불안감 그리고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내진설계 등 국민들 다수가 우려하는 안전관련 내용들은 현재 기술로 이미 해결되었거나 완전한 대책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우려들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원자력발전을 축소하고 피해갈 것이 아니라 관련 기술 개발과 운전 경험을 토대로 오히려 원전 산업을 더욱 육성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자국내 원전 산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수출시장 개척은 현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방한했던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은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말고도 여러 나라가 있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사려고 할 것 같지 않다”는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다. 주인이 먹지 않는 식당 음식을 사먹으려고 하는 고객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다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 미국의 표준설계승인과 같은 국가적인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원전 반대 정책으로 웃지 못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 국내 산업의 다각화 및 국익, 고용창출을 통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원전 반대 정책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룩해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내 원전 운영과 함께 수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며 앞으로의 원전산업에 대한 적극성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장동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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