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에 색채 디자인 입히면
주민 즐겨찾는 랜드마크로 부상
산업시설 많은 울산도 도입 시급

▲ 신선영 울산대 건축학부(색체학) 겸임교수

산업시설은 국가와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며,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필연적 수단이다. 그러나 산업시설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 더해서 산업시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 또한 공존하고 있다. 왜냐하면 산업화에 의한 경제적 풍요 뒤에는 그에 따른 오염, 소음, 공해 등의 환경문제와 열악한 작업환경, 삭막한 도시경관과 같은 필연적인 문제들이 사회적 문제로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역시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쳐 지금은 명실상부한 경제도시이자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성장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시설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고, 이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문화 수준의 발전은 질적으로 우수한 주거, 상업시설 등의 공간환경의 구현과 체험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공간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공공시설 뿐만 아니라 공공공간의 질적 수준에 대해서도 눈높이를 높였다. 십년전 혹은 이십년 전의 공간환경에 비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의 안락함과 디자인적 우수함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실과 화장실의 안락함과 세련됨은 지난 수년 사이에 과하다고 평가될 만큼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공간환경의 질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화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공간환경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산업시설이 산재하고 있는 산업단지이다.

울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도시로서 산업관련 건축물과 시설물의 분포가 타 도시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울산의 산업시설들은 대부분 도시와 바다와의 접점에 조성되어 도시의 개방감을 제한하고 시각적으로 폐쇄적이고 위압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그 물리적 규모와 공간적 분포에서 울산의 도시 이미지와 거주환경 수준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가 도시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지금 이러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와 적용이 필요하다.

선진국가에서는 우리가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산업시설들이 디자인을 통해 지역의 차별화된 대상, 매력적 장소로 자리 잡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본 오사카의 해안공장지대에 있는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생태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가 디자인한 것으로 예술작품과 같은 외관과 세련되고 화려한 색채로 인해 혐오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도시의 랜드마크적 가치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북유럽 여행의 중심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예술과 문화가 넘치는 도시이다. 코펜하겐의 아이콘(ICON)인 인어공주 동상을 보려고 해안가를 방문한 사람들은 인어공주 동상 뒤로 멀리 보이는 이색적인 모습의 거대한 굴뚝과 산업시설을 보게 된다. 이것은 코펜하겐의 폐기물을 소각하는 발전소로 북유럽의 감성을 담고 있는 소박하고 세련된 색채의 거대한 굴뚝이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코펜하겐과 같은 유서 깊고 예술적인 도시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소각로는 시각적 즐거움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모두가 외면하는 산업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어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즐겨찾는 장소가 되고, 그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는 것은 산업단지, 산업시설로 둘러싸인 우리에게 제시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앞서 언급된 소각장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요소는 산업시설의 수준 높은 색채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물리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산업시설을 도시경관의 긍정적 요소로 변화시키고 나아가 도시의 랜드마크적 대상으로 변화시킨 방법으로 세련되고 정교한 산업시설 색채디자인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산업시설과 수많은 굴뚝으로 둘러싸인 울산의 도시경관과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산업시설 이미지 개선방안들이 필요하고, 색채디자인은 그 중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의 비전과 도시 이미지를 반영하고 산업시설의 목적과 기능을 충족시키는 색채디자인을 통해 산업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산업에 대한 신뢰를 공유하는 것은 ‘미래 도시 울산’을 구현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신선영 울산대 건축학부(색체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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