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의 한파가 영화 등 예술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울산시민들의 영화 관람이 크게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KOFIC) 자료를 취합한 결과 올해 1월1일부터 11월11일까지 울산지역 극장가 관객수는 374만7000여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05만9000여명에 비해 7.7%, 31만2000여명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울산은 전국에서도 관객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전국적으로는 1억8876만명에서 1억8420만명으로 2.5% 줄어들었다. 영화 관람객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계가 그만큼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영화관람은 웬만해서는 줄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시민들의 문화수준이 높아질수록 영화나 연극, 뮤지컬 등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번 올라선 의식 수준이 거꾸로 되돌아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소득이 아무리 줄어들어도 웬만해선 영화 관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문화 향유에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의 경우 문화예술 분야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문화활동 중 영화 의존성이 높은 도시라 할 수 있다. 100명 중 8명이 영화 관람을 포기했다는 것은 문화생활을 일부 포기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이 흔들리면서 동구 전체가 경기 한파를 겪고 있고, 나아가 북구의 제2, 제3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극장을 찾지 않고 있다. 울산시립예술단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문화회식을 줄였고, 단체 관람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 경우에는 관람객들이 금방 돌아오지만 울산 경제가 이미 침체의 늪에 들어갔다면 관람객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문화예술 지출을 자제한다는 것은 현재의 경기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경기를 예견하는 경제지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와 공연은 1년의 스케줄을 미리 짜놓고 있기 때문이다. 술집이나 식당의 손님 수가 줄어드는 다음 순서가 문화예술 분야다. 경기를 살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하는 지방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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