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문화부 기자

“울산에는 볼만한 공연이 잘 없죠?” 공연담당기자로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네” “아니오”로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신문이나 TV광고, 지역의 공연장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는 공연 외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무대가 펼쳐지고 있으나, 그런 공연을 찾는 관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재단이 출범한 이후 울산에는 지역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더욱 늘어났다.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예술로(路) 탄탄 지원사업이나 울산청년문화기반 구축사업(청바지 프로젝트), 울산시 생활문화동호회 지원사업 등이 새롭게 기획돼 신진예술가, 청년예술가, 생활문화동호인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소규모 공연도 많아졌고, 지역 문인들이 출간하는 서적수도 늘어났다. 어찌 보면 지역 문화예술계가 한층 풍성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공급은 풍부해졌으나 이를 찾고 누리는 수요가 많지 않다면 공공재 배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지역 문화예술정책사업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민을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너무나 많은 예술이 있기 때문에 예술은 죽는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은 미적인 것의 보편화와 일반화로 인한 무가치함을 표현하고자 한 말이지만, 말 자체만 놓고 보면 최근 지역 예술계를 정확하게 꿰뚫는다. 연말이 되고, 올해 사업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수많은 공연과 행사, 책 등이 쏟아졌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예술들은 그 속에 숨은 보석을 가려내기 위한 시야까지 흐리게 했다.

이제 곧 내년도 사업 심사가 시작된다. 내년에는 지역의 숨은 보석이 많이 발굴돼 이런 지원사업을 등에 업고 더욱더 탄탄한 기량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특정 동기를 만들어 시작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연속성과 숙련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예술단체들이 한 해, 두 해 쌓은 경험을 동력삼아 언젠가 스스로 자생할 힘까지 길러내길 바란다.

석현주 문화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