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직원폭행등 물의빚는 CEO에
영웅들의 용인술 담긴 삼국지 권하고파 위기일수록 ‘인사가 만사’란 교훈 얻길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요즈음 일부 CEO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위가 심심치 않게 언론을 뜨겁게 하고 있다. 고용세습이니 직원 폭행 등 불공정한 인사와 인격을 함부로 무시하는 행위는 참으로 보기에 안타깝다. 그런 CEO들에게 깊어가는 이 가을에 290년경 중국에서 저술된 역사서 삼국지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삼국지에는 영웅들의 용인(用人)술이 잘 담겨있다. 필자도 최근에 중국 드라마 ‘삼국지’와 ‘사마의’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군에서 전역한 후에 다시 보니 싸움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드라마의 극적 요소가 더욱 새롭고 흥미진진하게 실감난다.

잘 알다시피 삼국지는 위·촉·오 삼국의 조조·유비·손권이라는 영웅들 이야기이다. 혹자는 조조와 유비를 창업자형 오너로, 손권은 2세 오너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쟁이나 창업에서 성공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코 인재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조직이든 인재를 존중하면 흥하고 인재를 무시하면 망했다. 100년간 이어진 격변의 삼국시대에서도 세 영웅들은 필사적으로 인재영입에 공을 들였다. ‘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을 이미 터득한 것이다.

특히, 치세(治世)의 능신(能臣)이라는 조조는 사람을 매우 잘 썼다. 오로지 능력위주였다. 유능하면 적 진영에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그래서 조조 밑에는 항상 다양한 인재들이 들끓었다. 눈에 잘 띄지 않던 ‘사마의’도 잘 찾아내어 발탁하였기에 신출귀몰한 제갈공명도 물리칠 수 있었다. 또한 인간적 매력으로 부하들을 포용하였다. 원소 군대와 싸워 이기고 나서 적진 내에서 부하들이 원소에게 온 비밀편지 뭉치를 찾아내었다. 부하들이 이를 조조에게 바치자 두말 않고 불 속에 던져버린다. 편지를 확인하여 반역자를 가려야 한다는 참모들의 조언을 물리치고 배신했을 부하들까지도 포용하는 아량을 가졌다. 과거의 행실을 묻지 말고 능력 우선으로 천하의 인재를 발굴하라는 구현령(求賢令)을 몇 번이나 내리기도 했다.

유비는 맨손으로 시작해서 인의(仁義)라는 무기로 부하들을 마음으로부터 복종시켰다. 인정이 넘쳤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부하들 때문에 울었다. 그에게는 따뜻함이 있었다. 유비가 20살이나 어린 제갈공명을 영입할 때도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정성과 예의를 다하여 천하의 인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함께 했다. 그 결과로 제갈공명이 27세에 유비 진영에 들어가서 54세로 병사하기까지 27년을 유비와 그 아들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 유비는 장비·관우와 도원결의(桃園結義)할 때나 황제가 된 이후에도 한결같았다. 아랫사람이라 하여 구별하지 않고 동고동락하였다.

19살에 부친과 형으로부터 왕권을 승계한 손권은 대를 이은 인재들을 함부로 교체하지 않고 잘 활용했다. 참모들로부터 모든 의견들을 잘 듣고 심사숙고 후 실행했다. 부하의 장점을 주로 보고 단점은 적게 보려 했다. 신하가 잘한 것은 많이 칭찬하지만 불만스럽거나 섭섭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손권으로부터 신뢰받는다고 믿게 했다.

우리 헌법 제10조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군대에서도 상관이 부하를 존중하지 않으면 극단의 경우 월남전에서 미군 장교 230여 명이 부하들로부터 살해되는 ‘프래깅(Fragging)’과 같은 행위도 발생한다. 유능한 인재를 잘 찾아내고, 인재를 높이고(尊) 귀중하게(重) 대할 줄 아는 따뜻한 CEO나 리더만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었던 삼국지의 영웅들처럼.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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