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의회가 37일간의 올해 마지막 정례회 회기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출범한 7대 군의회는 시작부터 강행군을 펼쳐왔다. 지난 6대 의회가 1년 100일의 회기 가운데 불과 13일 만을 소화한 상태여서 6개월간 87일이나 되는 회기 진행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6개월 중 회기 진행에 보낸 날이 절반이고 회기 준비가 또 절반이니 사실상 쉴 틈이 없었던 셈이다.

7대 군의회는 자유한국당 일색이던 6대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해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모든 의원이 초선으로 구성돼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기성 정치의 구태에서 벗어나 지방의회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전문성 부족에 따른 의정 운영 부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컸다.

지금까지 보여준 군의회의 모습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비회기 중에도 대부분 사무실을 지키며 다음 회기를 준비하고, 교육 참여도 적극적이다. 행정사무감사 초기에도 선전하고 있다. 집행부의 제출 자료 속에 숨겨진 이면을 포착해 허를 찌르는가 하면 예상 답변서를 벗어나는 송곳 질문으로 진땀을 흘리게 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많이 발견된다. 여당 의원들의 행감 범위가 대부분 6대 군정을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는, 즉 당적이 같은 현 집행부의 취임 후 행보에 대한 공격은 최대한 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행감 첫날 행정복지위원회에서는 옥동 옛 청사 부지 매각 주무 부서인 회계정보과 행감이 실시됐다. 주요 현안이자 민감 사안임에도 옛 청사 매각과 관련된 질타는 대부분 야당 의원들의 몫이었다. 한 여당 의원은 이선호 군수의 ‘빅딜’ 발언을 옹호하다 다른 의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둘째 날 문화관광과 행감 역시 마찬가지 양상으로, 군 최대 현안인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에 대한 공격은 모두 야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민주당 의원 역시 집행부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는 있다. 그러나 타깃은 대부분 전임 6대의 행정에 집중돼 있고, 이선호 군수의 군정 현안에 대한 질의는 거의 없다.

이는 감사 전부터 예견되던 문제다. 원 구성이 비슷한 시의회에서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임 집행부의 질타에 집중하고, 현안에 대해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6월 당선 확정 직후 열린 한 캠프 축하 자리에서 기초의원 당선인이 밝힌 “단체장을 지켜드리겠다”는 소감이 지금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지방자치제의 성공은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가 얼마나 제 역할에 충실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험 부족은 의원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여지가 있지만, 본분에 대한 자각 없이는 성공을 바라기 어렵다. 단체장이 같은 당 소속이라 해서 현안을 회피하거나 감싼다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 의원들이 ‘주민의 머슴’이라는 본분을 잊지 말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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