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촉발한 언론 통해
美 대의민주주의 문제점 짚어

▲ 영화 ‘화씨 11/9:트럼프의 시대’ 스틸 이미지.

“트럼프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말이다. 그는 민간의료보험의 실태를 고발한 ‘식코’를 비롯해 총기문화의 문제점을 다룬 ‘볼링 포 컬럼바인’ 등 민감한 미국 사회 이슈를 스크린으로 불러내온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가 신작 ‘화씨 11/9:트럼프의 시대’를 내놓았다. 2004년 ‘화씨 9/11’를 통해 9·11테러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감독은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 전선을 옮겼다. 제목 숫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2016년 11월9일을 뜻한다.

무어 감독은 트럼프 시대가 올 수밖에 없었던 사회 곳곳의 징후를 짚어낸다. 그는 트럼프 시대의 발단으로 미국의 팝스타 그웬 스테파니를 지목한다.

트럼프는 NBC가 지불한 그웬 스테파니의 ‘더 보이스’ 출연료가 자신의 ‘어프렌티스’ 출연료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장난삼아 대선 출사표를 던진다. 돈을 주고 엑스트라까지 동원해 지지자들인 것처럼 행세하도록 했다. NBC에 자신의 인기가 그웬 스테파니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쇼였다.

그러나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언론이 여기에 장단을 맞추면서 쇼는 현실이 됐다. 언론들은 트럼프를 조롱하면서도 마치 서커스처럼 시청률 호재로 여겼고, 그를 앞다퉈 보도했다. 종국엔 트럼프가 언론을 농락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무어 감독은 트럼프에 대해서 강한 독설을 퍼붓는다.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자료 영상과 트럼프 영상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며 유사한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무어 감독은 “우리가 각성하려면 도널드 트럼프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극약처방을 받았으니, 체념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서로 연대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그의 논리와 주장이 맞는지는 좀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자신의 논리에 맞춰 팩트들을 끼워 맞춘 경향이 있지만, 미국 사회 이면과 대의 민주주의 문제점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만은 틀림없다.

미국의 중간 선거를 겨냥해 지난 9월 북미에서 개봉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11월22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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