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27년이다.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본격 지방의회가 출범했다. 어언 21년, 적잖은 역사다. 나름의 자리매김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으나 주민들의 평가는 여전히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특히 울산과 같이 규모가 작은 광역시의 경우 기초의회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은 수시로 제기된다.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광역이든 기초든 공히 기관대립형으로 의결, 입법, 집행감시라는 기능을 갖는다. 가까이서 지켜보면 의회의 감시기능이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감할 때도 있지만 일반주민들은 그저 권력기관으로 오해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완장’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의회에 대한 인식이 이럴진대 의정비에 대한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근래들어 울산의 경기가 대폭 악화되면서 울산시의회를 비롯한 구·군의회의 의정비 심의에 쏠리는 눈길이 심상치 않다. 이에 울산에서도 가장 경기가 바닥인 동구의회는 일찌감치 동결을 선언했다. 동구의회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2020년까지 2년간 의정비를 동결하고 2021~22년에는 각각 전년도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합산해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동구의원들도 전원 찬성했다. 동구의회의 의정비는 월정수당 2641만원과 의정할동비 1320만원을 합쳐 연간 3961만원(2018년 기준)이다. 울산시의회와 구군의회 가운데 가장 적은 금액이지만 전국 평균(3858만원)에 비하면 103만원이 많다.

다른 의회의 의정비 심의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울산시의회가 가장 먼저 인상추진에 나설 모양이다. 울산시의회는 오는 22일 의총을 열어 의정비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비 인상이 4년째 동결된데다 인상폭을 전국 광역의회 평균 인상액 이하로 잡고 있다고는 하나 유래가 없는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울산시의회의 의정비는 전국에서 4번째로 높은 5814만원이다. 더구나 이번 시의회는 초선의원이 대부분이다. 자칫 의원의 역할은 100% 수행하지도 못하면서 사리사욕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첫해나 다름없는 내년은 아무래도 의정비 인상에 적절한 시점이 아닌 게다.

우리 지방의원은 애초에 무보수명예직이었다가 2006년 유급제로 바뀌었다.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유급제의 중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전문가의 전업을 요구하기에는 부족한 보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임금이 적다고도 할 수 없을만큼 하는 일이 애매한 대목이 있다. 의정비의 기준 잡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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