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노조 창립 16주년과 9년 연속 무분규를 기념, 임직원과 가족, 주민까지 참여한 노사화합 한마당 축제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임직원 2만6천명에 가족과 주민을 합해 4만명이 참여했다. 잔치에 준비한 생맥주 500cc 짜리 4만잔은 탱크로리 5대로 수송되었고, 김밥 1만3천줄을 준비하는데 80kg 쌀 16가마니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1줄을 20cm로 계산하여 준비된 김밥을 모두 이으면 2.6km나 된다.

 8m 짜리 시루떡 절단과 건배, 연예인 초청 공연, 불꽃놀이 및 레이져 쇼 등 다양한 행사와 수박 1천200통을 밭 뙤기로 사들였다니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외적규모야 그렇다 치고 최윤석 노조위원장과 최길선 대표이사 사장, 박삼현 수석부위원장과 민계식 사장이 단상에서 러브샷으로 축배를 드는 광경에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최윤석 노조위원장은 "투쟁과 불신,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되었고 반목과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회사가 어렵던 말던 노동자는 오직 임금만 주장하면 된다는 논리가 통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그러한 사고방식으로는 살아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상생의 원리를 강조하는 모습에서 2만여 조합원의 훌륭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중의 완숙한 노사문화의 정착도 그냥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현대중의 노사분규는 극으로 치달았다. 보기에도 아찔했던 골리앗 투쟁 등이 기억에도 생생한데, 그 거칠었던 노사대립관계에서 벗어나 9년 연속 무분규라는 기록을 세운 것은 정말로 본받아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노동조합 투쟁사의 선봉에 나섰던 현대자동차 노조는 현대중보다 1년 먼저인 87년도에 설립돼 지난 17년 동안 94년에 단 한번 무분규로 타협했을 뿐 그 외는 해마다 노사문제로 홍역을 치렀고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파업일수가 250일로(전면파업 141일, 부분파업 109일) 연평균 15일에 해당하며, 교섭일수는 총 925일로 2년6개월에 해당한다. 직장 폐쇄가 한번 있었고 4번의 휴업, 90년엔 공권력이 투입되기도 했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올해도 지난 주까지 9만9천여대, 1조3천106억원대의 생산 차질이 생겼고, 지난 17년간 생산차질은 총 90만여대로 금액도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파업하면 부품 납품업체들은 꼼짝없이 휴업에 들어가야 하고 현대차 주변의 상인들은 울상이 되며 시가행진이나 시내에서 투쟁이 벌어지면 교통마비와 시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한다.

 연평균 62일에 해당하는 교섭을 위한 준비와 여기에 매달리는 노력은 얼마나 소모적이며 이 또한 금액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이다.

 현대중 노조가 반목과 대립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고 회사가 어렵던 말던 임금만 요구하는 사고 방식으로는 공존할 수 없다는 상생의 원리를 깊이 인식하고 있는 데 대해 박수 갈채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장래는 생각하지 않고 분배원칙만 주장한다면 노사화합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울산시민 모두는 현대중공업이 보여준 노사화합 대잔치를 현대 자동차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열심히 한국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있는 중소기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한번쯤 생각하면서 내 것만 챙기려다 보면 모든 것을 다 잃는 소탐대실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무분규 기업체의 근로자에게 근로소득세 감면이나 무분규 마일리지를 적용하여 퇴직금에서 일정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 도입을 제안하면서 현대중공업의 노사화합 잔치에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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