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은숙 작가의 ‘고요한 사유’

윤은숙 작가는 2007년부터 숲이나 풀 같은 자연을 소재로 작업을 해왔다. 자연 그것은 작가가 결혼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에 한 없이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사실주의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윤작가도 다른 여느 작가들이 겪는 형태가 단순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 형태가 단순화 되면서, 자연물 그것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그녀의 숲은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고, 엘리스의 길은 인생의 행로가 되었다.

윤작가는 표현방법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2011년부터 3년간 잠시 액션페인팅 같은 활동감을 요하는 작업을 했다. 붓 대신 나뭇잎에 물감을 묻혀 뿌리고 문질렀다. 바니쉬를 안료에 섞어 그것을 드로잉 하듯 캔버스에 뿌리니 그녀는 곧 잭슨폴록에 빙의된 것처럼 많은 에너지를 화면에 쏟아붓고 화면과 긴 시간 교감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필자는 윤작가를 만났다. 과거의 작업은 잘 몰랐지만 지인들은 윤 작가의 이전 작업(2007~2010년)이 더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그때마다 윤 작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의 작업을 즐거워했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그런 윤작가가 다시 이전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이유가 궁금했다. 작업에 변화가 있는 것은 작가의 생각에 변화가 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도 이 즐거운 작업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이미 내면에서의 답답했던 그 마음이 그리는 행위로 인해 전부 해소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근원적 생명’을 담아내고 있는 현재의 숲은 그 전의 숲보다 더 충만해졌다.

작품 ‘고요한 사유’(acrylic on canvas 130×162㎝ 2017)에서 인간의 얼굴은 다른 작품에서의 얼굴처럼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을 볼 것을 요구한다. 그 내면에는 화려하지 않은 작은 집이 있고 그 곳은 항상 불이 켜져 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거기에 있다.

윤은숙 작가의 ‘충만의 숲’ 초대전은 12월2일까지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중이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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