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환경보건센터 부센터장

우리나라는 1960년 이후 빈곤국에서 개발도상국 그리고 선진국대열로 전진하면서 경제적으로는 급속한 발전이 있었지만 도시화와 생활수준의 향상 이면에는 환경적 손실이 그림자로 따라오게 되었다. 1963년과 1967년에는 국내 최초의 환경법인 공해방지법 및 시행규칙이 제정돼 경제개발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한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해지자 공해방지법 체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종래의 공해방지법과는 달리 자연환경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환경문제와 사전예방적 기능까지 확대하게 되는 환경보전법이 1977년 제정되었다.

1980년대에는 환경관련 문제가 질병으로 표면에 부각되는 사건 즉, 온산병이 발생하고 민간인이 진폐증에 걸리는 상봉동 진폐증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민간사업 대상까지 확대하고, 헌법에 환경권이 기본권으로 인정하게 되었으며(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5조 1항), 민간규제 위주의 기존 오물 청소법을 폐지하고 환경보전법에 산업폐기물 조항을 통합하는 등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1990년대에는 낙동강 폐수 유출사건인 대구페놀 유출, 재개발과정에서의 고잔동 유리섬유 피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의한 여천공단 피해 등을 겪으며 환경정책 기본법을 포함한 환경 6법이 제정되었다. 특히 여천산단은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돼 주거한경이 열악한 지역내 1720가구의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환경피해의 심각성과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환경개선비용부담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제정하고 관련 법률을 환경부로 이관되는 등 자연환경보호를 위한 법률,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자연환경의 침해와 부분별한 개발을 저지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2000년대에는 사전예방적인 환경관리정책의 기틀이 마련하고자 2008년 환경보건법 제정되었고, 관리대상도 매체별로 세분화 및 전문화되면서 환경부가 관장하는 법률은 총 46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도 고성 폐금속 광산 피해, 영월 시멘트공장 분진 피해, 태안 원유유출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구미 불산가스 누출 등 환경관련사건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때의 환경관련사건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자원개발 후속처리 미비, 유해화학물질 등에 대한 생산, 이동, 유통 등과 관련된 사건이 대부분이고 고농도의 급성 피해는 주로 사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따라서 화학물질의 관리 및 사용기준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하고 위해정도의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화학물질 관리법을 마련하고 수차례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대기와 수질부문에서는 오염물질총량관리제도가 도입되고 물이용 부담금제도를 통해 사용자부담원칙이 제도화되었으며, 폐기물관리 부문에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시행되었다. 환경관련 법은 특성상 후속적 대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제의 기능이 강하다. 울산은 일찍이 온산병을 경험했고 지금도 미포와 온산산업단지의 잠재적 건강위해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험을 살려, 지속적이고 기민한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2009년부터 활동해온 환경부 지정 울산대병원 환경보건센터의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울산산업단지 인근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오염도 수준이 모델링 결과와 측정자료를 근거로 확인되었고, 이는 산단 인근 주민들의 건강영향과 관련이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예로 산업단지 인근지역과 대조지역 초등학생들의 아토피 질환 유병률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산단지역이 높은 유병률을 나타냈고, 이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노출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울산의 도시환경에 대응해 온고지신과 타산지석의 지혜를 살려 시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속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환경보건센터 부센터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