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은 20일 올해 산악영화제 평가보고회를 열고 ‘영화제의 정체성’ ‘국제성’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은 영화제였다고 평가했다. 울주군은 이같은 평가를 토대로 내년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예산을 1억5000만원 늘려 25억원으로 책정했다. 산악영화제가 영남알프스 산악관광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으나 아직 국제적 대중문화축제로의 성장가능성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서 예산만 자꾸 늘려나가야 할지는 의구심이 든다. 시민의 세금인 예산을 책정할 때는 근거와 효율성, 적시성 등을 정확하게 따져 한푼도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울주군이 성공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100%)에서는 영화(41%), 개·폐막식(21%), 전시(14%), 공연(12%), 강연·토크(7%), 경연(5%) 등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불만족 프로그램 조사에서도 영화가 15%나 나와 영화의 수준이나 선택, 편수 등에 있어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상영작의 내용과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79점(평균 5.50점)으로 겨우 턱걸이만 했고, 영화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서는 ‘타 영화제보다 특별하다’는 응답이 5.64점에 불과했다.

지난 9월7일부터 11일까지의 영화제 기간 중 2일 동안 349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는데, 응답자 중에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울산 관광을 하러 온 여행객 또는 관광객, 등산객들이 많았다.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피서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주말과 휴일에 영남알프스 계곡 일대의 영남알프스웰컴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토대로 ‘성공’을 천명하기는 너무 섣부르지 않나 싶다.

영화제측은 이번 영화제로 4만2300여명의 관객이 운집했다고 했지만 실제 영화 관객은 1만903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제3회 산악영화제의 예산은 군 예산 23억5000만원에 업체 협찬까지 총 3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에 비하면 전체 참가인원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영화관람객 숫자로는 대략 1명당 30만원 짜리의 영화를 본 셈이다. 물론 지역경제 파급효과나 기타 부수적인 효과가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확인도 쉽지 않은 경제파급효과를 거론하면서 예산을 계속 늘리고 행사 규모만 키워갈 일은 아니다. 외국의 유명 산악인과 별다른 역할도 없는 유명 영화배우 초청에 치우쳐 실속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지적도 되짚어 볼 대목이다. 산악영화제를 하지 말자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우선 적은 예산과 규모로 실속을 다지면서 시간을 두고 가능성을 타진해 차츰 규모를 키우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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