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 유리 깨진 여객기 불시착
승객128명 구한 민간항공의 영웅
‘무간도’감독이 연출·장한위 주연

▲ 배우 장한위(맨 오른쪽)가 16일 비행기에서 류촨젠 기장(맨 왼쪽) 등과 사진을 찍고 있다. 장한위 웨이보

중국에서 여객기 기장이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뒤에도 여객기를 안전하게 불시착시켜 ‘기적’으로 불렸던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20일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기장’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무간도’로 유명한 홍콩의 류웨이창(劉偉强) 감독이 연출한다.

애국주의 영화 ‘홍해작전’에 출연했던 장한위가 기장 역할을 맡았다. 위안취안(袁泉)도 주연으로 나온다.

지난 5월 14일 중국 충칭에서 라싸로 출발한 쓰촨항공 여객기는 고도 1만m 상공에서 유리창 파손 사고로 청두에 불시착했다.

기장인 류촨젠(劉傳健)은 부기장의 몸이 유리창 밖으로 반쯤 빠져나간 긴박한 상황에서 20년의 경험에 의지해 승무원들과 협조하며 비행기를 수동으로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그와 승무원들은 ‘중국 민간항공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류 감독은 “승객 128명이 기장 덕분에 살았다. 심장이 멎는 듯한 (비상착륙 당시의) 30분은 영화로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을 기념해 만든 2017년작 선전 영화 ‘건군대업’(建軍大業)도 연출한 바 있다.

쓰촨항공 기장의 “영웅적 행위”에 바탕을 둔 ‘중국 기장’의 제작진은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의 지원을 받아 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

사건 발생 6개월 뒤인 지난 16일 류 기장과 승무원들은 청두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 업무에 복귀했다.

영화에서 기장역을 맡은 장한위 등 일부 배우는 배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비행에 동승했다.

‘중국 기장’은 중국판 ‘설리’(Sully)로 불리기도 한다. 설리(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2009년 새떼에 부딪혀 양쪽 엔진이 꺼진 US항공 여객기를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을 생존시킨 ‘허드슨 강의 기적’ 주인공이다.

이 사건은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설리’로 만들어졌다.

쓰촨항공 여객기 불시착 사건은 류 감독의 말처럼 충분히 영화의 소재가 될 만하지만 또 하나의 애국주의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조종사 등 승무원을 초청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에는 천만 개의 영웅 집단과 영웅이 필요하다. 민항강국의 목표 실현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새로운 공을 세워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애국주의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특수부대의 예멘 철수작전을 그린 ‘홍해 작전’(紅海行動)이 올해 춘제 연휴에 흥행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전랑 2’(戰狼 2·Wolf Warrior 2)가 중국에서 역대 최대인 1조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전직 특수 부대원이 내전이 일어난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난민과 중국인을 구출하는 내용으로 ‘중국판 람보’로 불렸다. 베이징=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