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받는 자살 사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내용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최근 문제가 되어 온 것들이 자살에서도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증가한 실직자들, 카드빚, 신용불량자 등으로 대표되는 생계곤란형 파국이 가장 많은 자살 원인이라고 한다. 아이 셋을 희생하며 자살한 주부의 경우는 많은 국민들을 허탈하고 안타깝게 하면서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동성애, 청소년, 아동학대의 문제를 내포한 자살들이 있어왔다. 가정의 부모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아이들과의 대화 단절, 아동방치와 학대로 인한 청소년과 아동의 자살은 생계곤란형 자살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연일 언론에서는 이런 자살률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와 더불어 여러 전문가들의 진단들이 실리고 있다. 책임소재에 대한 내용에서는 정부가 복지정책이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의 국가적 배려가 부족하였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웃들에 따뜻한 관심이 부족하였든 우리 자신들을 반성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위기는 당연히 정부가 복지정책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하여 시급히 응급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하지만 가장 시급히 나서서 주체가 되어야 할 곳은 지방자치단체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해당 부서와 공무원들이 떠맡으라는 것이 아니다. 주체가 되어 지역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그 지역의 자살에 대한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에는 이미 자살예방센터가 세워져 지역 정신과의사를 자문으로 하여 사회단체,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을 주축으로 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대학병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로 가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살을 택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할 응급상황임은 모든 분들이 공감을 하실 것이므로 우리 울산에도 이러한 지역센터가 세워지길 기대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본다. 한번이라도 자살을 택할 생각이 있었던 분들은 말한다. 그 상황에서는 너무 괴로워서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세상의 모든 것들에서 자신은 철저히 소외되었고 배고프며 칠흑같이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불안의 정도를 넘어 정신이 깨어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공황상태"라고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정신적 질환상태인 것이다

 자식을 가진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것을 사 주지 못하고 입히지 못하며 몇천원의 학교 공납금을 달라고 떼 쓰는 아이를 혼내면서 찢어지는 엄마의 마음을. 이런 경우 정신적 공황감은 두배가 되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이해한다. 아이를 죽이는 엄마의 도덕심과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치료 받지 못하고 아이들 마저 죽음으로 끌고 가야 했던 정신적 질환자로 이해하여야 한다.

 청소년들의 인격의 미숙함과 충동성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눈높이 대화가 안 되는 가정에 있고 부모 등 어른들이 폭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더 큰 문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깊이 반성해도 죽은 자들은 살아 돌아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개혁이 이뤄진 뒤 예비자살자들을 도우려면 너무 늦다는 데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자살 상담을 하다보면 어른이건 청소년들의 경우이건 자살문제에 우리 사회와 가정의 많은 문제들이 집약되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우리 이웃들의 최악의 상황인 자살을 다루고 돕는다면 다른 문제들에도 지평이 넓어지며 가정과 청소년 문제 등에서 더불어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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