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위기 경고음 커지고 있어
경기순환론 ‘주글라 파동’ 현실화
시 비롯 경제주체 모두가 힘 모아야

▲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째를 맞는 2018년 현재 각종 경제 지표들이 악화되면서 한국경제 위기의 경고음을 커지고 있다. 설비투자의 변동으로 인해 10년마다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순환 변동한다는 프랑스 경제학자 ‘주글라 파동’(Juglar‘s waves) 이론이 점차 현실화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들은 이미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6)는 2008년 12월 보다 낮고. 경기선행지수(99.2) 역시 2008년 7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글라 파동에서 주목하는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장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 감소에 비례해 국내 주식시장의 PER(주가수익비율), PBR(주당순자산비율) 등 밸류에이션 지표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추락했다. 3분기 제조업 가동률(74.3%)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투자가 줄고 공장 가동이 멈추고 고용시장에는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10월 전국의 실업자 수는 1999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울산도 30월째 이어지는 제조업 발 고용쇼크로 실업률이 9월(5.0%), 10월(4.7%) 2개월 연속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감소, 생산가능인구 감소, 인구 유출, 저성장, 내수침체 등 구조적 요인이 울산지역 경기를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산업의 변화주기 관점에서 보면 대개 10년의 사이클로 호황산업과 불황산업 바뀌고 이같은 산업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는 운명을 맞이한다고 한다.

2018년 현재 울산경제와 산업, 기업들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안타깝게도 울산 경제와 산업구조는 21년전인 IMF 외환위기나 10년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2018년 현재나 변화는 거의 없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의존형 산업은 고도성장을 멈추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중국의 거센 추격에 따라잡히고 있다.

조선은 침몰한지 오래고, 자동차도 급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만에 3분기 흑자를 냈지만,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에도 못미치는 ‘실적쇼크’를 냈다. 현대차의 실적부진은 곧 협력 부품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지며 울산지역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조짐이다. 석유화학 수출도 부진해 울산은 4대 주력 수출품 가운데 석유(정유)를 제외한 3대 수출품이 맥을 못추고 있는 셈이다.

울산의 ‘산업위기’의 경고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지자체와 기업 현장에선 좀처럼 위기극복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이 시점에서 꼭 되묻고 싶다. 울산은 과연 지난 2011년 지자체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을 자축하는 샴페인을 터트린 이후 미래에 대한 준비는 착실히 했는가? 지난 민선 지방정부는 울산의 산업과 경제체질을 강화하데 최선을 다했을까? 위기가 길어질수록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울산시를 비롯한 경제주체 모두가 울산의 산업위기를 인정하고 산업구조 재편과 더불어 기존 산업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신산업 육성, 고질적인 노사갈등 해소 등 울산이 다시 일어설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울산에선 정말 기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던 기업인들의 고충을 덜어주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35개월째 진행중인 탈울산 행렬을 저지하려면 울산시의 울산형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도 좀더 실속있고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할 필요가 있다. 울산이 가진 자산과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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