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제주 시니어 코랄 페스티벌(19~22일)’이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벌써 6회째다. 어떤 해에는 외국에서도 많은 합창단이 참가했고 올해는 울산, 대구, 서울, 진주, 그리고 제주합창단이 함께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버합창단이나 시니어 합창단이 없었다. 왜냐하면 실버세대나 시니어가 되면 사회적 활동은 접어두고 개인적인 생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랬다. 건강해지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여러 형태의 실버합창단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합창을 하는 사람들이 각국을 다니며 여행도 하고 연주도 하는 ‘연주여행’도 활발해졌다. 우리나라도 서울을 비롯하여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니어 합창단이 250개를 넘어서고 있다.

‘백세시대’라 한다. 평균수명도 점점 높아져가고 그에 동반하여 건강한 노년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직업을 가지고 활동했던 그들은 은퇴 후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를 두고 많은 생각을 나누고 있다. 생활음악이 자리 잡으며 각종 악기를 배우고 기악 연주반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여러 종목의 스포츠에 참가하며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악기를 장만하거나 연주실력을 키우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요구된다. 스포츠도 장비를 준비해야 하고 부상에 대한 우려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느 것도 만만찮다. 그러나 합창이야말로 건강한 목소리만 가지고도 충분히 노래를 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분야이므로 합창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구입해야 할 게 없고 건강한 목소리만 있으면 가능하다. 더구나 합창은 서로를 배려하고 희생하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에 노년기에 적합한 사회적 활동이기도 하다.

‘제주 시니어 코랄 페스티벌’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제각각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시니어합창단들이 서로를 격려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축제다. 각계 각층 출신의 시니어들이 합창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좋은 전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아질 시니어 합창단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아름다운 합창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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