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지분 25% 참여

투자자 구성 6년만에 완료

오일·LNG 동시 공급체계

세계적 에너지 허브 기대

손놓았던 남항공사도 시동

▲ 21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각 구·군 단체장, 해운·항만 기관장 등이 ‘울산해오름호’ 에 승선해 울산신항을 둘러보며 동북아 오일허브 및 항만배후단지 추진사항 등을 점검하고 있다.
울산의 신성장 동력인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북항사업’의 투자자 구성이 6년만에 사실상 완료됐다. SK가스가 북항지구(1단계) 합작법인의 잔여 지분 25%(420억원)를 투자키로 하고, KOT(Korea Oil Terminal)와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오일에 국한하지 않고 LNG까지 아우른 ‘에너지 국제거래 허브’ 육성으로 프레임을 확대한 게 SK가스의 공격적인 투자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북항 잔여지분 SK가스로…LNG 연계, 사업성 충분

20일 울산시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SK가스가 북항사업 전담 특수법인 KOT(Korea Oil Terminal)에 지분투자자로 나선다. SK가스가 확보하게 될 지분은 전체의 25%(420억원)로, 석유공사를 주축으로 한 법인 구성원들과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 했다.

가스업체가 북항사업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울산시와 정부가 울산항을 오일뿐만 아니라 LNG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국제거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운데다, 민선 7기 울산시정의 핵심정책인 신북방경협이 실현되면 동북아 LNG 공급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울산시는 오일허브 1단계(북항) 부지에 울산항 LNG벙커링 터미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규모는 10만㎡의 부지에 20만㎡의 LNG탱크 2기(육상기지)다. LNG 공급선을 통해 공급하는 ‘STS(Ship to Ship)’ 방식이다.

대상선박은 LNG 캐리어(21만㎥) 1대와 벙커링 Ship(9000㎥)급 2대다. 울산시의 계획대로 되면 울산항이 오일과 LNG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돼 세계적인 에너지 허브항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3개월 답보상태, 북항사업 급물살

SK가스가 지분투자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북항 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당초 석유공사는 KOT 참여 투자자 구성을 지난 2016년 마무리하고 2019년까지 북항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공정률 99%를 보이고 있는 울산항만공사의 북항 하부공사와 발맞춰 KOT가 5600억원을 들여 813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 등 상부저장시설을 구축하면 북항사업은 끝난다.

그러나 25% 지분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펙의 자회사인 시노마트가 지난 2016년초 투자를 철회하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주주사 구성이 완료돼 합작법인이 출범하기 전에는 공사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부시설 공사의 전체 사업비(5600억원) 가운데 70%는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차입하고 나머지 30%(1680억원)는 주주사들로 구성된 KOT가 현금 출자한다.

KOT의 지분구성 현황은 석유공사가 25%, 프로스타 25%, S­OIL 11%, 한화토탈 5%, 포스코대우 5%, 울산항만공사 4% 등 75%만 확보된 상태다. 관련법에 따라 나머지 25%(420억원)를 확보하기 전에는 상부시설 공사에 출연금을 쓸 수 없다. 상부저장시설 착공이 23개월째 지연되면서 KOT는 연간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전긍긍하던 KOT에 SK가스가 투자의향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SK가스는 미래 전략사업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 공격적인 투자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항 실마리 풀리며 남항도 청신호

SK가스가 북항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남항지구(2단계) 사업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남항지구는 지난해 6월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남항지구는 북항지구와 마찬가지로 울산항만공사가 하부시설을 설치해주면, 국내외 투자자로 구성되는 특수법인을 구성해 상부저장시설을 구축하는 형태다.

그러나 울산항만공사는 하부시설을 설치할 여력이 없었다. 북항지구에 사업비가 묶였기 때문이다. 북항지구 하부시설 투자금 회수가 안되다보니, 남항지구 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SK가스와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내년 1월이면 상부시설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SK가스가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오일뿐만 아니라 LNG를 아우르는 ‘동북아 에너지 허브도시 울산’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북항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울산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2025년까지 1조9235억원을 들여 울산항 68만4000㎡ 부지에 2413만배럴의 석유 저장시설과 8개 선석, 1개 부이(해상 원유이송시설)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한편 ‘동북아 에너지 허브도시’를 표방하며 울산항을 신북방경협의 마중물로 육성하고 있는 울산시는 이날 5개 구·군 단체장, 유관기관 등과 함께 울산항 현장을 둘러보고 전략을 모색했다. 시찰에는 송철호 시장, 박태완 중구청장, 김진규 남구청장, 정천석 동구청장, 이동권 북구청장, 이선호 울주군수, 김태석 울산해양수산청장,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 등 20여명이 참가했다. 송 시장 등은 장생포항에서 항만 순시 및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지난 10월 취항한 49t급 다목적어업지도선 울산해오름호에 승선해 울산항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울산신항(북항·남항), 본항을 둘러봤다.

송 시장은 “울산신항 개발사업이 준공되는 2026년이면 LNG산업 및 LNG벙커링, 에너지허브 종합항만 등 울산신항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해상물류 중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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