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우주 비행사를 졸도시키는 방법은 뭘까요?” “조종석에 현대 로고를 단다.” 언제부턴가 미국 공중파 방송의 유명 토크쇼에서는 현대차를 단골메뉴로 올리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주행 중 느닷없이 멈춰버리는 차로 유명하니 비행사는 현대 로고만 봐도 놀라서 나자빠질 만하다며 박수를 쳐댔다. 하지만 과거 현대차는 굵직한 위기의 순간마다 프레임을 전환함으로써 성장과 성공으로의 길을 찾아갔다. 1998년 정몽구 회장은 품질경영을 선포함으로써 기존의 생산자 중심의 프레임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 미국시장 진출초기 ‘나쁜 차’ ‘일회용 차’라는 오명을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 현대차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했다. 수익성이 향후 1~2년 이내 반등하기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최악이다. 현대차는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데, 일본업체인 토요타, 혼다, 닛산이 엔저정책으로 전체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불과 10년 전인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10년부터 2년간은 일본 차산업의 위기였다. 미국 정부의 견제 속에 간판모델 캠리의 대규모 리콜사태를 맞이했고, 2013년 3월엔 대지진으로 일본 내 부품공급망이 무너졌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토요타의 위기는 리콜보다 환율정치 전쟁이 더 위험했다’며 미국과의 외교력을 통해 초엔고를 엔저로 돌려놨다. 지금 우리 정부의 대일, 대미 관계에서 북한이슈를 빼고 나면 도대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부분이다.

현대차는 다시 뛰어야 한다. IMF 이후 현대차는 미쯔비시에 편입되거나 망할 거란 우려와 달리 세계 5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시 글로벌 톱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품질을 챙겨야 한다. 2016년 세타2 엔진의 문제로 북미에서 199만대 리콜 조치로 3조원대의 엄청난 품질비용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어백 결함 108만대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과거 미국정부가 일본자동차 기업에 신용평가사 등급하락, 그 다음 엄청난 리콜조치로 GM등 자국기업을 살리는 경쟁업체에 대한 일명 ‘양털깍기’를 하는 전례를 봤을 때, 현대차는 그 피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다시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 7월에 발표된 미국 신차품질조사에서 제네시스 1위, 현대 2위, 기아 3위를 차지한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이제는 토요타, BMW가 최소한 차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배워야 할게 생겼다”며 현대차 품질을 높게 평가했다.

둘째, 제네시스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전사 역량을 혁신해야 한다. 현대차는 독일브랜드와 같은 고급차 이미지도 아니고 중국의 저가차로 팔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글로벌 경쟁사를 넘었듯이 현대차도 고급화 이미지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미래의 자동차 트렌드는 자율주행, 고성능차, 카세어링, 모빌리티, 전동화다. 현대차가 잘나갈 때 혁신에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가격경쟁력과 제품경쟁력 저하로 시장을 잃기도 했다. 비대해진 조직을 혁신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융합제품으로 이해하도록 모든 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아는 고비용 비효율적인 생산구조를 손봐야 한다. 새 시대를 열려면 새 인물이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편이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이 시점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현재 노사구조는 누구도 말하기 꺼리는 것이 전문경영집단이 결탁하거나 불법적인 노조활동에 관대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노조활동에 대한 진정성은 오너십을 가진 사람이 대응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대한민국 전체 고용의 13%, 수출의 11%를 담당한다. 그 중 맏형이 바로 현대차다. 현대차가 잘되면 대한민국이 잘된다. 다시 희망의 땀냄새가 산업현장 함께 하길 바란다. 이보다 더한 어려움과 조롱에서도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준 게 현대차였다. 황무지와도 같던 길에서 글로벌 톱으로까지 전진했던 걸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재도약하기를 바란다.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