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에 열광하던 젊은이들의 반항정신
젊은·흑인 지도자 선출 원동력 된듯
K-POP 인기, 미래 젊은대통령 기대

▲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우리는 왜 젊은 대통령을 못 가지나?’ 어제오늘 갑자기 생겨난 질문은 아니다. 몇몇 서구(西歐)국가들 때문인지 요즘 들어 더욱 궁금해지는 주제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39세,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가 32세,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46세, 뉴질랜드의 여성총리 아든이 37세에 각각 국가수반에 오른 사실이 우리와 사뭇 대비되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까지 확대하면,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가 43세, 클린턴이 46세, 흑인대통령 오바마가 47세에 선출되었고, 영국에선 메이저가 47세, 블레어가 44세, 캐머런이 44세에 각각 총리에 올랐다.

물론 이들 국가도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나이가 들쑥날쑥하지만, 근래 들어 전체적으로 젊어지고 있는 추세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를 논하기 어려운 군부정권과 과도정권을 제외하면, 이승만은 73세, 윤보선 63세, 김영삼 64세, 김대중 74세, 노무현 57세, 이명박 67세, 박근혜 61세, 문재인은 64세에 각각 대통령이 됐다. 평균연령이 65세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최소나이가 40세로 정해져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젊은 지도자의 등장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20세기 중반까지는 50대 후반~60대가 대부분을 이루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들어 대통령 나이에 대해 막연하나마 내재되어있던 심리하한이 무너지면서 급격히 나이 디플레이션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정치 일번지 영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1980년대 이후 젊은 나이의 총리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국가지도자의 적절한 나이에 대한 종래의 생각은 어찌하여 바뀐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왜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생겨났으며, 주로 서구국가들에 집중되는가? 나이도 젊을 뿐 아니라 흑인대통령까지 선출한 근저에는 과연 어떠한 국민의식이 존재하는 건가? 이 흥미로운 문제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몇날며칠 토론해도 답을 얻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정답을 대중음악에서 찾는다. 미국의 예를 보자. 20세기 초 미시시피강 하류의 뉴올리언즈에서 탄생한 재즈(Jazz)는 시카고로 뉴욕으로 그리고 캘리포니아로 확산된다. 아프리카로부터 끌려온 흑인노예들의 자기한탄, 자유와 해방욕구를 담은 필드할러(Field Holler), 블루스(Blues), 가스펠(Gospel)의 연장선상에서 성장한 재즈에 백인들도 깊이 빠져든다. 1950년대 들어서자 그동안의 수동적 욕구표현은 백인들에 대한 저항으로 구체화되어 노래에 담기게 되나, 이 흑백갈등은 곧이어 젊은이들에 의해 상당부분 극복된다. 이른바 로큰롤(Rock‘n Roll)의 태동이 이 엄청난 일을 가능케 했다. 백인으로서 흑인처럼 노래 부르는 엘비스 프레슬리는 로큰롤의 황제였다.

로큰롤 또는 록은 록스피릿(Rock Spirit)이라는 반항정신 위에 존재한다. 록 시대에 이르면 이제 흑백간의 대결은 오히려 완화된다. ‘흑백갈등과 전쟁의 주체인 기성세대는 물러가라. 기존의 모든 것을 거부한다’라는 반항정신이 서구의 젊은이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그러한 현상은 미국보다 오히려 영국에서 더욱 극성이었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크림, 레드제플린, 딥퍼플 등은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록은 서구 젊은이들의 정신 뿐 아니라 패션, 행동양태 등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무혈혁명의 핵이었다. 인류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정신반란이었다. 그리고 엘비스, 비틀즈에 푹 빠졌던 그들이 성장하여 클린턴, 오바마, 메이저, 블레어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록스피릿이 젊은 지도자, 흑인지도자의 등장을 이끌었다고 감히 주장한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K-POP에 열광한다. 30~40대 젊은 정치인은 끽소리도 못하는 우리나라가 그 발원지(發源地)다. 기성세대는 도저히 이해 못하는 그 열광의 핵심심리와 농도와 규모와 지속기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청소년들도 훗날 젊은 대통령을 만들어낼 소지는 충분하다. 오래 걸리겠지만.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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