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실험실 창업지원 예산 등 여야 이견 사업들 줄줄이 보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3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도중 여야 의원들 간에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진행하면서다.

여야 의원들은 방사성 물질 라돈이 매트리스 등에서 검출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대폭 증액을 요구한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 예산이 임시 일자리 창출용 사업인지 공방을 벌인 끝에 이 예산을 보류 항목으로 넘겼다. 

이후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국민 혈세를 꼼꼼히 챙겨봐야 해서 의구심이 든 부분에 대해 질의하는데 동료 의원 발언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야당 발언에 인내해 주시는 게 오히려 빨리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어제 소위 운영에 대해 합의한 게 있는데 바로 잊어버리고 있지 않나”라며 질의 시간을 적절히 조절하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박 의원과 장 의원 사이에 책상을 내리치고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벌어졌다.

장 의원이 “세수를 펑크내 놓고, 심사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라고 하자, 박 의원은 “약속이잖아. 저는 아침 합의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 의원도 “위원장 말이 법이냐”라고 소리쳤다.

이에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위원장이 법이냐고”라고 되묻자 장 의원이 “니가 뭔데”라고 응수했다. 조 의원은 “니가? 너 몇 년생이야”라고 맞받았다.

이후 조 의원은 “’니가‘라고 한 거 사과하세요”라고 요구했으나, 장 의원은 “어제부터 송언석 의원의 발언에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았나. 사과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조 의원에게 한 말이 아니다. 잘못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안상수(한국당) 예결위원장이 저녁 식사를 위해 다급히 정회를 선포했고, 조 의원은 “어째 ’니가‘가 돼 버려. 나는 ’조가‘인데”라고 비꼬며 회의장을 나갔다.

두 시간 후 재개된 회의에서 조 의원은 신상 발언을 신청해 유감을 표명하며 재차 장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장 의원은 응대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예산안 심사에서도 여야 간에 조금이라도 이견이 있는 사업들은 줄줄이 보류됐다.

과기부의 가상증강현실 콘텐츠 원천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야당이 ‘유사중복성 사업’이라며 60억원 전액 감액 의견을 내 보류됐고, 국내 석·박사생을 4차 산업혁명 선도국에 파견하는 글로벌 핵심인재 양성 지원사업은 19억6천만원을 우선 삭감한 뒤 추가 감액 여부를 소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대학 실험실 창업지원 예산도 ‘단순 일자리’ 공방 끝에 보류됐고, 보험사업 촉진을 위한 보험 신규 모집, 보험 유지 실적 등에 따라 보상금·포상금을 지급하는 예산도 보류 항목으로 넘어갔다.

전국 시내버스에 와이파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 블록체인 활용기반 조성 사업 등의 예산도 보류됐다.

이밖에 방통위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는 일단 20%에 해당하는 1천900만원을 감액한 뒤 추가 삭감 논의를 위해 보류했다.

청각장애인용 자막·수어방송 시스템 개발 예산도 과기부 예산과 중복된다는 야당의 문제 제기로 보류됐고, 방송통신국제협력강화 사업 예산 중 북한 방송통신 이용실태 조사, 통일 방송프로그램 제작 지원사업 예산 등도 보류 항목에 포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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