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등 3명, 1심 패소에 항소…2심, 2천만∼3천만원 지급 판결
法 “부모도 보호 포기했다고 해서 강제노동·가혹행위 정당화 안 돼”

노동력 착취와 감금·폭행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던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추가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3일 김모씨 등 3명이 국가와 신안군, 완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가와 완도군이 김씨에게 3천만원, 또 다른 김모씨와 최모씨에겐 국가가 각각 2천만원과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이들 3명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인권유린‘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며 “당시 경찰공무원이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이런 정황을 충분히 알았을 텐데도 필요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들의 부모마저 보호와 인수를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노동의 강요나 가혹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공무원들이 “장애인 피해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원고 중 한 명은 스스로 신안군의 한 파출소에 찾아갔다가 경찰에 의해 지역 염주에게 맡겨진 경우였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공무원의 조치는 ’정신 장애인이 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지, 이들이 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을 포기하면서까지 일가친척 없는 외딴 섬에서 강제 노동의 길을 선택하는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국가 소속 공무원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면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염전 노예 사건은 지적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장애인 2명이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신안군의 외딴 섬에 끌려가 수년 동안 임금 없이 노동을 강요당하고 폭행·욕설에 시달린 일이다. 2014년 외부에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후 경찰과 지방 노동청 등이 꾸린 점검반 조사 결과, 염전에서 20명의 임금 체불 근로자가 확인되는 등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잇달아 확인됐다.

김씨 등 피해자 8명은 2015년 11월 ”국가가 고의 또는 과실로 경찰권, 사업장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신안군·완도군은 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1인당 3천만원씩 총 2억4천만 원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이들 중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장애인 강모씨에 대해서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선고 후 ”10년 넘게 피해 장애인 몇십명이 착취를 당했는데 지역 파출소나 근로감독관이 몰랐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그 위법성이 밝혀져서 참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뿐 아니라 당시 염전에 계셨던 많은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뒤늦게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중세 노예 같은 이런 일이 21세기에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지적 장애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판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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