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자
지난한 과정 통한 성취감 선사
하산때 더 신중해야 유종의 미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생활체육실태에 따르면 국민이 월 3회 이하 참여하는 종목 1위는 단연 등산이었고 다음이 걷기였다. 등산은 다른 운동에 비해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고 근육 단련, 심폐기능 향상 등 건강에 좋다. 등산은 이런 좋은 점뿐만 아니라 다른 효과도 있다. 미국 대법관이자 산악인이었던 윌리엄 오 더글러스는 “인간이 인간과 투쟁할 때는 질투, 시기, 증오 같은 것을 배우게 되지만, 산과 투쟁할 때 인간은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 앞에서 고개 숙일 줄 알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겸허, 평온, 품위 같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필자 역시 등산을 좋아한다. 30대 초반, 산도 모르면서 어느 산악회를 따라 13시간 동안 걷고 쓰러지기 직전 상태까지 갔던 인연으로 산을 타게 되었다. 주로 등산 모임이나 가족, 지인들과 함께 가지만 퇴직 이후에는 혼자 가는 경우도 있다. 혼자 가면 자신의 컨디션에 맡게 속도 조절도 가능하고 특히 조용히 사색도 즐길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며칠 전 혼자 산길을 걷다 문득 이 산행이 우리의 인생과 닮은 점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가지만 정리해 보면, 먼저 도전의 연속이며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산을 타다 보면 같은 산보다는 힘이 들어도 가지 않은 산을 찾게 된다. 전문 산악인들의 경우 목숨을 걸고 세계 최고봉에 도전하지 않는가? 우리의 삶도 학교와 직장, 사업 등 도전의 연속이다. 퇴직을 해도 마찬가지. 컴퓨터나 각종 운동 배우기, 책 읽기, 여행하기 등 목표를 세워서 도전을 해야 한다. 제 2의 인생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편, 산을 오를 때 정상까지 땅만 보고 가면 산행의 맛을 못 느낀다. 바위의 생김새나 나뭇잎의 색깔과 경치도 즐기면서 오르는 것이 좋다. 우리의 삶도 큰 목표의 달성만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으며 흘린 땀만큼 보람이 있다. 산을 누가 대신 올라 줄 수 있는가? 자신의 두 발로 올라야 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각자의 책임과 노력으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지난 10월 한라산에 오랜만에 갔는데, 비바람과 함께 추운 날씨에도 백록담 표지석 앞에서 사람들이 더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높이 올랐기 때문에 더 큰 성취감으로 행복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도 불로소득으로 재산을 증식시키거나 누구의 도움으로 출세하는 것보다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는 것이 더 값지고 보람이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자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 몇 년 전 3월에 10여명이 등산을 했는데, 도심지 날씨만 생각하고 아이젠 없이 갔다가 빙판 길을 내려오면서 일행이 부상까지 당한 경우도 있다. 산악인들을 보면 장비에서부터 체력단련까지 철저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욕심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날씨 등 상황이 좋지 않은 데 무리하게 감행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하산할 때 방심해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 기업의 경우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개인도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려 주위의 빈축을 사기도 하고 폐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동반자가 필요하다. 넬슨 만델라는 코사족의 속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바로 공존과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제가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목표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귀한 동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특히 바위를 오르내릴 때 동료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어떤가? 가끔 독불장군식으로 매사를 혼자 판단하고 밀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함께 살아갈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등산이나 인생 모두 하산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 체력의 안배와 겸양의 미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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