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KTX복합환승센터 부지가 700대분의 주차장으로 변한다. 롯데는 총사업비 252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7층의 복합환승센터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초 건축허가까지 받았으나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6월 사업을 일단 중단했다. 롯데는 복합환승센터 사업계획 변경을 언제, 어떻게 할지,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않으면서 내년 3월부터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기로 울산시와 합의했다.

복합환승센터는 KTX역세권의 중심시설이다. 복합환승센터 착공이 연기된다는 것은 울산 교통시스템의 발전이 정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언양 등 울산 서부권의 발전이 정지되고, 울산 관광산업이 교착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난데 없이 복합환승센터 부지에 유료 주차장이라니.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각종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울산시민들은 롯데의 울산지역 사업들이 잘 풀리기를 합심으로 기원했다. 이어 롯데는 미래 성장을 위해 5년간 50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롯데가 특히 유통, 관광·서비스 부문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점에 높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롯데는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바꿨다. 임시주차장 운영의 기한도 없고, 복합환승센터 사업계획 변경의 청사진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기업이 공공시설 부지를 이용해 주차장과 땅 장사를 하려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KTX울산역 근처의 주차난은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하면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 복합환승센터 착공을 지연시키면서 주차장 사업을 하려한다는 의혹을 말끔하게 일소하려면 하루빨리 복합환승센터 설계변경을 끝내고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울산시는 롯데에 아무런 단서도 없이 주차장을 허가했다. 시가 복합환승센터 부지를 주차장으로 바꿔줬다는 것은 수년 내에는 착공을 안 하겠다는 롯데 측에 동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시는 설계변경을 이유로 환승센터 건립을 미뤘던 롯데 측에 설계변경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주차장이 아닌 환승센터 건립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기업의 철학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면 결코 수익성을 제고할 수 없다. 복합환승센터는 광역시 울산의 중요한 성장 발판이다. 그런 중요한 시설의 부지를 기약 없이 주차장으로 바꾼다고 하니 창업주의 고향인 울산 시민들의 롯데에 대한 실망이 여간 크지 않다. 복합환승센터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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