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자치를 시작한 이후 최초로, 울산시의회 다수당이 되자마자 의정비 인상부터 해서야 되겠습니까, 제발 심사숙고 바랍니다.’ 최근 민주당 울산시당 소속의 한 3선 기초의원이 시의회 의정비 인상에 대해 남긴 글이다.

울산시의원들의 월급인 ‘의정비’는 정액제(올해 기준 연봉 5814만원)다. 출범 첫 해 의원들이 인상률을 정하면 울산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앞서 지난 2014년 5% 인상됐다.

제7대 시의원의 경우 2명이 제6대 시의회에서 활약한 ‘경력사원’인 반면 나머지 20명은 시의회 의정경험이 전무한 사실상 ‘신입사원’이다. 주민대표로 선출되긴 했지만 시의원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기엔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의원으로서 자질을 인정받기도 전에, 입사 5개월밖에 안된 신입사원들이 세금으로 지급되는 의정비를 스스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비공개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찬반투표를 통해서다. 최악의 경기침체 위기 속에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는게 부담스러웠는지 투표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알음알음 취재결과 전체 22명의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3명이 인상에 찬성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5명)과 민주당 의원 4명이 동결(또는 유보) 입장을 밝혔지만 다수결에서 밀렸다.

현재 울산은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울산의 올해 3분기 실업률은 IMF 이후 최고인 4.9%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업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지난 2015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4개월 연속 인구수도 줄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선 울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엄청난 국비를 내려보내는 상황이다.

올해 기준으로 울산시의원들이 받는 의정비는 전국 광역의회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의정활동비(연간 1800만원)와 각 의회별로 정하는 월정수당을 합쳐 총 5814만원이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서울(6378만원)과 경기(6321만원), 인천(5951만원)에 이어 4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울산과 같은 광역시인 대구(5760만원), 부산(5728만원), 대전(5724만원), 광주(5576만원)에 비해서도 높게 책정돼 있다. 지역 기초의회(중구 4189만원, 남구 4407만원, 동구 3961만원, 북구 4009만원, 울주군 4143만원)에 비해서도 높다.

울산시의회의 역대 다수당이었던 한국당이 전국 4번째 수준으로 의정비를 올려놨다면 이제는 민주당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수준을 유지하려는 것일까.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며 지방의회 권력을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꿔준 유권자들은 의정비를 인상하기 위해 ‘찬반투표’까지 한 모습을 어떻게 볼까.

시의회 홈페이지와 인터넷 등에선 ‘내손으로 뽑았는데 손이 민망하다’ ‘초선의원들 돈부터 챙긴다’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선 인상을 추진하는데 대한 비판에 이어 찬성 시의원 13명의 명단 공개를 촉구하기도 한다.

인상 방식은 의장단(의장·부의장·운영위원장)이 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방안은 올해 한 번만 공무원임금인상률(약 2.6%)만큼 올리거나 매년 인상, 또는 동구의회처럼 2019~2020년 동결 및 2021년~2022년 인상(공무원 인상분) 등이다. 두번째 또는 세번째 안을 택하면 울산시의원들의 의정비는 임기 내 연봉 6000만원을 웃돌 전망이다.

의장단이 어떤 선택을 할진 몰라도 적어도 지역사정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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