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오백원 지폐 거북선 그림’이 우리나라 조선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외국차관을 들여오기 위해 고 정주영 회장이 외국투자사에게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우리의 조선기술에 신뢰를 갖게 한 덕분에 동구에 조선소가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고 해직·퇴직자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엉망이 됐다.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내세운 것이 굴뚝없는 산업 ‘관광’이다.

동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대왕암공원을 꼽는다. 울산시가 대왕암공원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상케이블카, 호텔 등을 만들겠다고 한다. 대왕암공원에는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데는 공원 내 울창한 소나무(곰솔)숲이 큰 몫을 한다. 해상케이블카나 호텔보다 시급한 것이 건강한 숲을 보전하는 일이다. 이곳 나무들은 건강한 듯하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열악하고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숲부터 살려야 한다. 대왕암공원에 호텔이 들어서면 일산해수욕장에 있는 숙박시설들과 경쟁해야 한다. 대왕암공원에는 하드웨어적인 시설을 피했으면 한다. 교원연수원 건물은 기증자의 유지를 받들어 공원 기념공간으로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흔히들 탈 거리로 해상케이블카를 거론한다. 부산을 비롯한 많은 해안 도시들이 해상케이블카를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하지만 어떤 관광지이든 케이블카를 타는 것을 목적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울산 동구에는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다. 통영시가 버려진 도크와 크레인을 활용한 자원을 만들어 냈다. 도크와 크레인을 관람해 본 사람도 별로 없을 줄 안다. 도크를 영화관으로 만든다면 최고의 스크린에서 보는 영화관이 아닐까 한다. 배를 만드는 과정도 좋은 볼거리가 된다.

자연을 관광자원화할 때는 자연이 온전히 보전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상케이블카를 놓으면 바다에서 보는 경관, 육지에서 보는 경관이 망가질 수 있다. 케이블카보다 울산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배를 탈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람선도 좋다.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 배를 대왕암이 보이는 곳에 한 척, 슬도가 보이는 곳에 한 척을 두고 방어진에서 배를 타고 가서 고급스럽고 싱싱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울산에서 바다에 띄우는 호텔을 만들면 전국 최초 바다호텔이 될 것이다. 바다에 자면서 동해에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오지 않겠는가.

해녀 교실, 해녀 체험, 해녀 밥상 등의 관광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울산에는 아직도 해녀들이 많다. 해녀 체험을 할 때도 배를 이용하게 된다. 일산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안가는 야자수를 심을 것이 아니라 바닷가에 곰솔을 심고 숲을 만들어야 한다. 그 아래에는 개발이전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던 순비기, 해당화, 갯메꽃들이 어울린다. 가장 우리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바다호텔 뿐아니라 민박도 좋다. 거창한 리조트나 시설이 잘된 곳을 찾아가는 관광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공기 맑고 물 깨끗한’ 곳을 선호하는 시대다. 동구에는 아름다운 자연관광자원들이 늘려 있다.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것보다 우리가 가진 흔한 것을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이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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