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물 끌어썼던 악행에
회생 어려울만큼 말라붙은 아랄해
우리 정부도 복원에 관심가져야

▲ 김의창 동국대학교 경상대학 정보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최근 디지털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 일환으로 실크로드 노정을 횡단했다. 중국 쪽 실크로드 방문을 마치고, 밤 12시 중국의 우루무치를 출발하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두 나라간 시차 관계로 3시간을 날아 도착한 타슈켄트도 밤 12시였다. 타슈켄트 국내선 공항에서 밤을 지세우고, 오전 7시에 출발해 오전 9시 카리칼파크스탄(Karakalpakstan) 자치공화국의 수도인 누쿠스(Nukus)에 착륙했다. 누쿠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승합차로 3시간 달려 항구도시 무이낙(Moynaq)에 도착했다. 36시간 수면도 취하지 않고 강행군해서 무이낙에 온 것은 처량한 아랄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아랄 해는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하다가 환경문제로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자연환경을 파괴한 인간의 악행이 20세기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된 대표적인 사례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사이에 위치한 아랄 해일 것이다. 아랄 해는 1960년도에는 면적이 6만8000㎢이고, 평균깊이가 20~25m정도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내해(內海)였으며 우리나라 면적의 70%나 되었다. 1987년에는 면적이 40%나 줄어든 4만1000㎢이고, 수위도 12m 이상 내려가자 과학자들이 경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상적인 면적의 10%미만의 수량을 보유하고 있다.

재앙이 시작된 것은 1960년경 구소련이 위성국가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벼농사, 목화 그리고 과수농업을 추진하면서였다. 년 강수량 200㎜이하인 건조한 이 지역에서 경작하려면 아랄 해로 유입되는 두 개의 중요한 강, 아무다르야강과 시르다르야강의 물을 관개용수로 사용해야 했다. 이 지역의 농사를 위해서 아랄 해로 유입되는 물의 90%를 돌려 착취농업을 한 것이다.

착취농업의 결과, 아랄 해의 풍부했던 어족자원은 전멸했고, 수산업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아랄 해는 고기잡이배의 무덤이 되었다. 줄어드는 호수 바닥에 침전되는 소금은 모래바람에 휩쓸려 지역의 농경지와 초지를 소금으로 덮어버렸고, 담수였던 아랄 해의 염도는 바다의 염도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 결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더욱 차가운 날씨로 완전히 변화시켰으며,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100만 명이나 되는 주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게 되었다. 아랄 해의 염도가 높아지자 1977년 어획량은 75%가 감소하였고, 1980년대에는 상업적인 어업이 종식되었다. 서부의 아랄 해는 적어도 15년 안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참고로 이 지역 전체 농산물의 가치는 불과 3000만달러(350억원)에 그친다고 한다.

연안어업으로 풍성했던 무이낙 항구에서 내려다 본 아랄 해는 호수바닥이 모래와 사막형 잡초들이 휘날리고 있고, 고기잡이배들은 고철로 변해 사막에 나뒹굴고 있다. 무이낙 항구에서 호수 물을 만나려면 해안에서 150㎞를 가야하기 때문에 항구 구실은 커녕 도시가 황폐화되었다. 1960년대 어업에 종사하던 인구가 6만명에 이르렀으나 5만명 이상이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이 지역은 벼농사를 위해 연해주에서 이주해 온 고려인들도 살고 있어 남의 일로만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은 사막화된 호수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3년 유엔 등의 지원을 받아 코카랄 댐을 건설하여 북 아랄 해를 회복시키고 있다. 수심이 깊어지고 염도가 낮아짐으로써 경제성 있는 어종이 다량 잡히고, 비구름이 형성되면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던 이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즈베키스탄에 속한 남측 아랄 해이다. 면화수출대국인 우즈베키스탄은 아랄 해로 유입되는 강물을 이용해 면화농업 용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정책을 바꿀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정부와 환경단체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협력하여 지구상의 보고인 아랄 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없는가? 환경보호는 한 국가적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환경도 파괴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살펴 볼 일이다.

김의창 동국대학교 경상대학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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