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χ축과 y축으로 표시되는 좌표계를 만들었고, 이를 이용하여 도형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는 해석기하학을 창시한 17세기의 대표적 수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하는 유명한 철학적 명제를 말했다.

그는 근대철학의 시조로 불리기도 한다. 데카르트 사후 300년에, 앨런 튜링은 힐버트가 제시한 ‘임의의 모든 수학적 진술에 대해 그것이 참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존재 하는가’를 연구하면서 ‘과연 기계가 생각할 줄 아는가’라는 의제를 던졌다.

튜링은 생각을 정의할 수 없다고 보고, 사람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기계를 생각하는 기계, 곧 ‘인공지능’이라고 불렀다. 그는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후에 ‘튜링테스트’라 불리는 인공지능 판별 방안을 제안했다.

제 3자가 텔레타이핑으로 질문을 하고 기계와 사람이 타이핑으로 대답을 하는데, 제 3자 입장에서 기계와 사람의 답을 구분을 하기 어렵다면, 그 기계는 인공지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는 것이다. 부정적 입장도 있었지만 2014년에 ‘유진’이라는 프로그램이 13세의 소년으로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한다.

1997년 IBM사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 간의 체스 대결에서 패한 카스파로프는 “뭔가 생각하는 존재가 뒤에 숨어 컴퓨터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 후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직관을 요하므로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바둑에 알파고가 나왔다. 물론 알파고는 인간 지능 중에서 주로 계산능력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 같은 특정 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인간의 뇌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물리적 하드웨어이고, 거기에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생각이 작동하고 있다. 하드웨어가 물리적 지배를 받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소프트웨어의 구현도 가능하여, 컴퓨터에 인간 마음의 구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마음이 생성됐는지 또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미지이다. 과연 컴퓨터에 사람의 마음을 구현하는 시기가 오겠는가.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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