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무장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최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입소문을 타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중반부에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멤버들과 헤어져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에는 멤버들과 다시 합류하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다. 함께 있기에 그룹 퀸이 있었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을.

대한민국은 높은 경제성장기를 지나 저성장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실업률은 3.5%로 동월 기준 2005년 3.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15~29세)층 실업률도 8.4%에 이른다. 모든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 있어 참여자들 간의 관계형성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대간에 일자리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국인과 외국인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겪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형성된 자연스런 현상이다. 포용성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계 형성을 촉진한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을 대표하는 제조업 발전의 산실이다. 그동안 많은 기술인재와 노동자들이 울산의 산업현장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땀을 흘려 왔다. 하지만 지금은 실업률이 4.7%로 전국 1위에 달하며 실업자 수는 8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대외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미ㆍ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울산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충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울산시의 수출액은 666억달러였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2016년 대비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4.7% 줄어들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도 증가하고 있어 노동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가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성(城)이 아니라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길은 오는 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 함께 하는 것으로 개방된 개념과 사고체계를 만든다. 포용성장도 같다. 포용성장은 지금 어렵기 때문에 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포용성장을 통해 구현되는 시간과 공간의 장은 우리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을 더욱 발전시키고 넓혀 가는 것은 사람이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면 숙련기술인재가 필요하다. 당장 어렵다고 기술인재를 멀리하면 다가올 번영과 성공의 열매를 가질 수 없다. 지금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미래를 바꿔 갈 기술인재를 적극 육성할 시기다.

공단은 노동자의 직업능력을 높이고 기술인재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맞춤형 인재육성과 청년의 조기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2014년부터 도입한 일학습병행은 그동안 1만3000여개 기업, 7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고숙련일학습병행을 내년까지 30개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기업에 기술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1600여명의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를 선정했고 상반기까지 1300여개 기업을 지원했다.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훈련확산을 지원할 수 있는 중소기업 훈련지원센터도 새롭게 운영 중이다. 대중소 상생기반의 컨소시엄훈련을 통해 10월까지 64개 공동훈련센터에서 12만2000여명의 중소기업 노동자의 훈련을 지원했다. 공단은 중소기업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참여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직업능력개발은 포용성장을 노동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기술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직업능력개발 참여확대가 그 시작이 돼야 한다. 노동자의 스킬업과 숙련기술인 육성은 다시 한 번 울산시가 글로벌 제조업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변무장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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