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심각한 적자 재정 속에서도
삶의질 향상 위한 복지분야 증액
더나은 미래 그리는 초석 되기를

▲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살림은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 ‘살아가는 형편이나 정도’로 정의된다. 한 집안의 살림, 기업의 살림, 자치단체의 살림, 정부의 살림이 다른 점이 있다면 구성원과 예산의 규모다. 그리고 예산의 사용방법과 목적도 다르다. 반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고 미래를 위한 투자 혹은 저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울산 중구의 살림살이를 한 줄로 평가한다면 ‘심각한 재정난’으로 정리할 수 있다. 2019년을 대비하는 현 시점에서 수입은 89억원이 감소한 반면 사회복지분야 사업확대로 인해 구비 부담은 140억원이나 증가했다. 가정 경제에서 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심화되면 대부분 식비와 이·미용, 문화생활 등 복지비용을 줄인다. 기업에서는 대규모 투자나 연구를 접고, 인건비를 줄이고자 구조조정을 한다. 대출을 늘려 훗날을 도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가정이나 기업과 같이 복지나 인건비를 줄이고 부채를 늘릴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6.12%에서 2016년 56.24%로 9.88%P가 떨어져 OECD 20개국 중 가장 큰 폭의 하락률과 가장 낮은 소득분배율을 기록하고 있다. 울산도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침체로 주민의 삶을 위한 복지, 즉 삶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구도 기업과 가정의 경제처럼 복지를 줄이거나 사람을 줄이는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그렇다고 부채를 늘릴 수도 없다. 2019년도 예산은 상당한 적자 재정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 보육료, 생계 및 주거급여에 120억원 가량 증액편성했다. 구민 안전을 위해 CCTV설치 및 운영에 18억원, 미래세대를 위한 출산장려금과 산모신생사 건강관리사업에 각각 18억원과 8억원을 편성했다. 구민 전체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런 예산편성의 이면에는 많은 이들의 눈물과 아픔이 감춰져 있다. 그동안 구정 활동에 많은 봉사활동으로 답해준 자생단체 및 비영리단체원의 보조금, 워라벨은 꿈도 못꾸고 힘들게 일했던 직원들의 월급이 삭감 편성됐다. 구민들의 문화생활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기관의 축제 등 행사비, 그동안 많은 불편을 겪고 계셨던 주민을 위한 중구야구장 조성 등 숙원사업에 대한 사업비가 과감하게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됐다.

중구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 도시재생사업과 태화우정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등 일부 주요사업의 국·시비에 매칭해야 할 구비 중 일부도 편성하지 못했다. 물론 추경 등을 통해 구비를 매칭함으로써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당초 예산에서 빼야할 만큼 재정 사정이 나쁘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중구민과 직원, 비영리단체, 언론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분들에게 답답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또 불황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구청장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이를 받아들이고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는 방법밖에 없다.

국가가 부도났던 IMF시절을 떠올리면 이같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모두를 위해 기꺼이 돌·결혼반지를 모았던 국민들, 국가 전반의 구조조정에 직장을 잃었던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다시 일어서 국가경제를 심폐소생하듯 살려냈다. 그분들이 지금의 대한민국과 중구의 주인공이며 주인이다. 10여년이 흐른 오늘 또 다시 함께 뜨거운 가슴을 맞대고 극복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드릴 수밖에 없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노력들은 분명히 중구의 재정난을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중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중구청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낮은 곳에서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노력하겠다.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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