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모든 선생님의 꿈은 좋은 선생님이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신참 시절 나의 꿈도 그러했다. 학령기를 거치며 우리는 실로 다양한 성향의 선생님을 만난다. 이런 만남에서 얻은 생각들이 이런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신규 때는 젊음을 무기로 아이들에게 어필했다. 그런 나에게 어떤 교장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좋은 선생님 되고 싶지? 결혼해서 부모가 되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어.” 나는 이때 조금은 속상한 마음이었다.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은 여교사에게는 결혼을 재촉하는 말로 들렸다. 또 결혼 안하고 부모가 아니면 좋은 선생님이 아닌가? 괜한 억하심정을 가졌다.

그래서 결혼 안하고 부모도 아니지만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이다. (좋은 선생님에 대한 평가 기준은 관리자, 동료, 학생, 학부모 심지어 교사 본인까지 모두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다.)

지금 나는 결혼 8년차 두 아이의 엄마다. 내가 좋은 선생님인가?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젠 그 때 그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사 경력도 인생 경험과 함께 가는 느낌이다. 결혼 후 임신을 하자 그 경이로움에 아이들이 모두 귀하게 여겨졌다. 말썽 부리던 아이들도 이렇게 귀하게 세상에 왔다고 생각하니 너무 심하게 혼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사랑으로 보듬는 법을 배웠다.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가 3년 만에 맡은 담임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마침 우리반 아이들이 거칠기도 했지만 육아로 인해 갑자기 끊긴 흐름에 잘 하려고만 하다 보니 아이들과 마찰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1학기 마지막 선물은 내 책상 위에 우리반 모든 아이가 나에 대한 불만을 쓴 익명의 편지 32장이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화가 났다. 그리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때 떠오른 것은 내 아이였다. 만약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부모로서 담임선생님께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지금의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심정으로 아이들이 화난 이유를 생각해 보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갔다. 1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올해 우리반 아이는 엄마랑 싸웠다고 울면서 상담을 해왔다. 엄마한테 못되게 굴었는데 엄마가 화를 풀지 않는다고 속상해 했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그런데 엄마를 좀 이해해줘. 나도 엄마 해보니까 엄마가 처음이라 많이 서툴러”라고 조언을 해줬다. 며칠 뒤 아이는 엄마랑 화해했다고 방긋 웃었다. 담임은 교직의 꽃이다.(아마 여고에 있어서 이런 말을 쉽게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세상을 이해한다고 했던가? 그 교장선생님도 부모가 되고 학생들이 달리 보였을 것 같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내가 경험해 봤으니까. 그래서 내가 좋은 선생님이냐고?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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