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해양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지 오래이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컵 115개와 페트병, 슬리퍼 등 6㎏의 쓰레기가 나왔다는 보도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우리나라 서해에서 잡힌 아귀의 뱃속에도 아귀의 크기와 맞먹는 500㎖의 플라스틱 생수병이 들어있어 뉴스가 되었으나 어민들은 물고기의 뱃속에서 생활 쓰레기가 나온 것은 이미 몇 년 전 부터였다고 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햇빛과 파도에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물고기에 축적이 될 수 있어 식탁의 안전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연간 약 9만t이라 한다. 넘쳐나는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등 해양오염의 심각성으로 해양 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존의 해양 정화활동 방식과는 차별화된 일상생활 속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해양 정화 활동이 대두되고 있다. 바로 플로깅과 비치코밍이다.

플로깅(plogging)은 스웨덴어 ‘줍다(plocka upp)’와 영어의 ‘달리기(jogging)’를 합성한 말로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방법을 의미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되어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는데 지금은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플로깅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플로거(plogger)’라 한다.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앉을 때 여러 근육이 동시에 사용되어 운동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운동 중 소비되는 열량의 소모도 증가하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커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게 된다. 운동과 정화 활동을 접목시킨 플로깅은 산책이나 가벼운 달리기를 하면서 페트병이나 생활쓰레기를 줍는 작은 실천으로 볼 수 있지만 플라스틱이나 생활쓰레기로 오염된 해양을 정화하고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양 정화 활동의 일상적 참여를 독려하며 시민단체와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인 비치코밍(beachcombing)은 바다 ‘beach’와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으로 밀려온 쓰레기를 줍거나 그것을 재활용하여 예술품으로 창작까지 하는 것이다. 국내 작가들 중에서도 해양 쓰레기를 활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어 생소한 플로깅, 비치코밍의 저변확대에 일조를 하고 있다. 플로깅과 비치코밍은 환경을 위한 일방적인 봉사가 아니라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면서 나의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운동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매월 셋째 금요일을 ‘연안 정화의 날’로 지정하였고, 시민단체들은 ‘플로깅 데이’ 지정도 촉구하며 생활 속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위한 실천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이다. 함부로 버리지 않는 태도와 함께 하루만이라도 주변의 생활쓰레기를 땀흘려 치워보는 플로거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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