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인 미 추구하는 인간 본성
부정적 시선·태도로 봐선 안돼
디자인, 예쁜 외양으로 만든 매력

▲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아름다움도 기능이 있을까? 있다면 뭔가?

‘기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외양이 예쁜 것을 선호하는 우리 정서가 드러난 속담이다. 누구나 예쁜 것, 아름다운 모습, 멋진 대상을 좋아한다. 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단풍이 든 가을산과 들을 찾는다. 균형잡힌 몸매와 예쁘고 잘생긴 얼굴은 각각 미녀 미남이라 부르는, 모두가 선망하는 외모다.

미를 추구하는 의식은 자연이나 사람의 모습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대상과 삶에도 작용한다. 쇼핑을 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 더 예쁜 옷,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려 거울 앞에서 입어보고, 주변사람들에 잘 어울리는지, 예쁜지 의견을 묻기도 한다. 조금 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색상의 자동차를 선택하고, 조금 더 간결하고 멋진 휴대폰을 구매한다. 조금 더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그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예쁘고 멋진 가구와 가전제품을 들인다.

지자체도 지역주민들 누구나 조금 더 정돈되고 아름다운 환경을 가진 곳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디자인, 환경, 경관 조례를 만들고 위원회를 운영한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가만히 우리 휴대폰 속 사진앨범을 들여다보면, 죄다 예쁜 모습,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 들어있지, 못생기고 지저분한 사진은 없다. 예쁘고 아름다운 대상을 쫓는 것은 인간의 오랜 본능 같은 고유의 정서다.

하지만, 미를 추구하는 인간 고유의 본성을 한편으로 외모지상주의나 사치와 결부 지어 부정적 시선과 태도로 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겉모습보다 속이 중요하다. 겉모습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은 내면의 가치보다 외양의 가치가 훨씬 낮거나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아름다움을 다루는 디자인영역에서조차 외양 다루는 것을 단순한 스타일링이나 개별적 에스테틱(취향)에 관한 문제로 가치를 낮추어보는 관점도 있다.

안타깝다. 필자의 생각에는 외양과 내면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다듬어진 몸매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꾸준한 관리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고, 잡티 하나 없는 예쁜 얼굴은 영양과 신체리듬이 균형 잡힌 건강상태의 표현이다. 간단히 수술하면 되지 않느냐, 두꺼운 화장으로 덮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노력으로 다듬고 건강관리를 통해 획득한 진짜와는 엄연히 구분되고 분명히 티가 난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옷 잘입는 사람의 패션 감각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트렌드를 파악하고 반영하는 시도를 통해 얻어진 통찰력의 결과물이다. 절대 그냥 명품을 몸에 덕지덕지 걸친다고 생기는 센스가 아니다. 디자인이 멋진 자동차는 최소 몇 년 동안 연구소 디자이너들이 설계와 맞추며 혹독하게 다듬고 고쳐서 완성해낸 결과물이지 그냥 앉아서 펜으로 슥슥 그려낸 것이 아니다. 내면에 해당하는 설계와 생산기술이 엉망이면 제아무리 천재 디자이너가 다듬어도 절대 좋은 디자인의 자동차가 나올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예쁜 휴대폰, 가전제품, 멋진 가구와 인테리어도 디자인, 설계, 생산부문의 치열한 고민이 낳은 황금달걀 같은 것이다. 정돈되고 아름다운 도시의 경관도 디자이너, 설계자뿐만 아니라 행정기관과 각 위원회까지 수많은 논의와 결정을 통해 획득되는 결과물이다.

이처럼 억겁 노력의 결과물이 곧 외양이다. 이제 더는 착각 마시라. 외양은 내면의 반영이다. 올바른 내면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름다운 외양도 만들어질 수 없다. 따라서 외양의 가치를 내면과 비교하여 무조건 폄하하는 것이야말로 그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잘 모르고 떠드는 경박한 태도다.

사실은 거꾸로 같은 내면의 조건일 때, 외양이 더 예쁘거나 멋있거나 특출날 때,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얻는다. 맨 앞으로 돌아가서, 기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아닌가. 조금 더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그렇고, 조금 더 예쁜 디자인의 자동차, 조금 더 어울리는 옷, 조금 더 멋진 가구, 스타일리시한 제품, 조금 더 예쁜 인테리어, 건축물, 경관을 선택하면서 기꺼이 더 많은 돈과 열정을 쏟아 붇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기능이다.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기능이다. 이름하여 매력! 그리고 그 매력제조기가 디자인이다.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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