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크고 작은 축제 많지만
경쟁력 있는 축제로 성장위해선
주민이 주도하는 행사 많아져야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스페인 발렌시아의 인구 1만1000명의 작은 마을 ‘부뇰’에는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에 세계 각국 3만 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숙소를 구하지 못한 일부 여행객들은 역 주변에서 노숙을 하며 행사일을 기다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광장에는 이날만 기다린 듯 사람들의 열기와 투지가 뜨겁다. 축제 광장 주변 건물들은 비닐로 외벽을 감쌌으며 물안경과 수영복, 우비를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띈다. 오전 11시 축포와 함께 광장 중앙에 설치된 기다란 장대 위를 사람들이 기어오른다. 기름을 바른 장대 끝에 매달린 하몽을 따야만 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장대 끝에 매달린 하몽을 따서 번쩍 치켜 올리는 순간 광장을 울리는 엄청난 인파의 함성과 함께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차례대로 엄청난 양의 토마토를 광장에 쏟아 놓는다. 이제부터 1시간에 걸쳐 토마토 파티가 시작된다. 토마토를 던지고, 함성을 지르고, 온 몸이 땀과 토마토로 범벅이 되어있을 때 종료를 알리는 대포가 울리고 짧지만 강렬한 행사는 막을 내린다.

이 축제가 스페인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토마토 던지기 축제 ‘라 토마티나(La Tomatina)’이다. 1944~45년 주민들끼리 즐기다가 시작된 토마토 축제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내내 음악, 춤 공연, 퍼레이드, 불꽃 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함께 다양한 음식 축제도 펼쳐지며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토마토 던지기는 수요일 1시간 동안만 진행된다. 열정과 투우의 나라 스페인의 콘셉트에 맞는 주민 참여형 축제이다.

제10회째를 맞이한 ‘시타마치 코미디 국제영화제’는 도쿄 문화의 거리 ‘우에노’와 희극의 발상지인 ‘아사쿠사’를 무대로 수십 편의 코미디영화와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7편의 영화가 특별 상영된다. 시타마치는 ‘낮은 지대에 있는 지역, 혹은 서민 거리’를 뜻하며, 2010년 영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와 2017년 ‘여수밤바다’(감독 정형석)의 상영을 계기로 국내에 알려졌다. 이 작은 영화제에는 타 영화제와는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웃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준 코미디언을 표창하는 코미디 영예상 수여식과 함께 특별한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된다.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이 행사장으로 향하는 도로 약 200m에 걸쳐 펼쳐진 레드카펫을 따라 걷거나 인력거를 타고 이동한다. 그들은 포토존 촬영, 공식 인터뷰를 거쳐 환영 나온 주민·관광객들의 손을 잡아주고, 사인을 해주고, 셀카를 찍어주는 등 환호에 일일이 화답해주며 함께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시간에 맞춰 진행하는 국내외 레드카펫 행사와는 반대로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이 하나가 되어 흥겨운 시간을 즐기는 주민 참여형 영화축제이다.

‘라 토마티나’와 ‘시타마치 코미디 국제영화제’처럼 문화와 인종, 지역에 관계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성공한 축제에는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 축제가 열리게 된 스토리텔링이 있고, 체험형 콘텐츠가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직접 주도하는 행사라는 점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건 체험형 콘텐츠로, 나머지는 부가 요소들이다. 반면 복제하거나 차별성 없는 축제의 공통점은 지역 특산품 홍보부스를 진열한 몽골텐트들과 깔끔한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 시설, 그리고 지자체장의 인사말과 축사, 유명 가수 축하공연을 준비한 개막식 등이다.

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관 주도의 축제들은 관광객 수가 많으면 성공이라는 생각 하에 추진되다보니 지역주민은 소외되거나 문화가 왜곡되는 부작용도 발생하며 방문객수에 만족하다보면 질적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관은 지원만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울산에도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많지만 전국적인 경쟁력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축제로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관계 기관에서도 하향평준화 시키는 숫자 위주의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주민참여형 콘텐츠 개발 위주의 컨설팅과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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