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등 주력산업 위기로 불황의 늪
실업자 늘며 탈울산 심화·출산도 저조
지자체·시민 위기감 인식 머리 맞대야

▲ 이재명 논설위원

경기도 성남시가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통합 R&D센터’를 설립하기로 지난 22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성남시에서 체결되자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지역을 비롯한 울산시민들은 불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R&D센터는 현대중공업그룹 7개 계열사의 연구개발(R&D) 기능을 한데 통합한 것으로, 오는 4년 뒤인 2022년 12월 문을 연다. 3500억원을 들이는 이 센터가 개원하면 연구·개발인력 5000여명이 일하게 된다.

센터는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된다. 성남시는 이 센터 건립으로 8000개의 일자리가 확보되고 26조원의 생산유발효과, 연간 105억원의 세수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광주형 일자리’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동차의 메카인 울산은 이미 광주형 일자리 논란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가 지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안한 사업.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 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완성차 공장을 짓되, 임금을 연봉 3500만원 정도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조는 연일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송철호 시장은 정부 방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노조 가족과 시민들 사이에도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울산시 일자리경제국은 “광주형 일자리 자체는 ‘새로운 시도’라고 판단하지만 울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금의 하향 평준화, 노동의 질 저하, 노동자 권익 침해 등을 주장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대해 환영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경기에 대한 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다.

이 가운데 울산의 인구는 자꾸 줄어들고 있다. 울산은 지난 9월 한달 동안 1만65명이 유입되고 1만899명이 빠져 나가 총 834명이 순유출됐다. 지난 2015년 12월 80명을 비롯해 2016년 7622명,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9956명 등 35개월 연속 2만9575명이 빠져나간 것이다. 울산의 인구는 지난 2015년 120만명이었으나 지금은 약 115만7000명이다.

이 가운데 울산의 출생아 수는 지난 9월말까지 63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나 줄었다. 대전이 가장 많이 줄었고 울산이 다음이다. 여기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1.12명으로 작년 같은 분기 대비 0.15% 줄었다. 와중에 울산의 실업자는 현재 2만8000명으로 지난 3월부터 8개월째 증가일로에 있다.

인근 기장군은 지난 2007년 8만명에서 2017년 16만명으로 두배나 늘었다. 양산시는 지난 2007년 23만명이 지난 2017년 33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울산은 지금 위기다. 울산의 주력 산업이 휘청거리고 인구가 줄고, 경기가 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청도 그렇고 각 구군도 그렇게 위기에 무감각해져가고 있다.

문제는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는 무감각이다. 도시의 불이 꺼지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시장을 비롯한 울산시민 모두가 자각해야 한다. 지금 울산은 정말 위기다.

이재명 논설위원 jm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