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대기업이다. 울산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력공장들이 수두룩하지만 죄다 본사는 서울 등 외지에 두고 있다. 그 때문에 울산시민들은 수많은 대기업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다. 당장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의 미래는 곧 울산의 미래이기 때문인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통합연구개발(R&D)센터가 성남시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새삼 다시 전해지자 울산시민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사실 R&D센터 설립은 이미 2016년에 구체화됐다. 그해 12월15일 성남시와 현대중공업이 성남시청에서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기사도 본보를 비롯한 전국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본보는 사설을 통해서도 ‘현대중공업 탈울산 우려 크다…울산시 대책 세워야’라고 걱정을 담아냈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센터를 신축하고 2022년 전시컨벤션을 건립한다고 돼 있다. 이와 연계해 동구가 지역구인 김종훈 국회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성남시와 현대중공업이 경기도 성남시 잡월드 주변 시유지 2만3800여㎡에 대한 공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두고 이같은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29일자 사내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R&D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일 뿐, 울산본사 이전계획은 없다”면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본사를 이전하지 않는다니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R&D센터 건립과 관련해 울산시는 무엇을 했는지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이 본사가 있는 울산이 아닌 성남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성남시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인력공급 등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20년간 부지사용권을 빌려주는 등 성남시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없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R&D센터에 이어 전시컨벤션센터도 성남에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R&D센터가 ‘머리’라면 전시컨벤션은 ‘손발’이다. 머잖아 울산은 현대중공업의 머리와 손발을 성남시에 넘겨주고 몸통만 갖게 된다. ‘본사 이전설’이 나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전시컨벤션이라도 울산으로 유치해야 한다. 울산은 우리나라 조선업의 산실이다. 울산시는 조선업과 현대중공업을 지키는데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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