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LA 북부 지진 땐 위력 약했지만 72명 사망…"깊이가 에너지 흡수"
연 4만회 지진 겪은 알래스카 건축규정 훨씬 엄격…"다른 주였다면 참사"

▲ 미 알래스카 지진에 갈라진 도로[AP=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30일 아침(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주도 앵커리지에서 북쪽으로 불과 12㎞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일어나 도로·철로·건물 등 인프라에 큰 타격을 봤지만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최근 10년 사이에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직후에 규모 5.8의 강한 여진까지 있었다.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되고 알래스카 남부 해안 코디액섬 주민에게 고지대 대피령을 내릴 정도로 충격은 강력했다.

  풍광좋은 고속도로로 유명한 글렌하이웨이 일부 구간이 통째로 내려앉았고 도로가 쩍 갈라지면서 균열된 도로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차량도 발견됐다.

    공항 관제기능이 끊기고 학교 100여 곳이 수업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시민들은 놀라서 거리로 뛰쳐나왔고 한때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럼에도 이날 저녁까지 사망자나 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미 NBC 뉴스는 1994년 로스앤젤레스(LA) 북쪽 노스리지에서 일어난 규모 6.7의 강진과 비교했다. 위력이 이번보다 약했음에도 72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낳았다.

    인구 29만4천여 명이 사는 앵커리지에 인접한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은 진앙과 도시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LA 노스리지 강진과 비교해 세 배 이상의 충격이 전해져야 정상이다. 노스리지 강진의 진앙은 LA와 36㎞ 거리였다.

    그럼 무엇이 이번 알래스카 지진의 충격을 약하게 했을까.

    전문가들은 '진원의 깊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40.9㎞로 측정됐다.

    앵커리지대학 도시공학자 조이 양은 "진원이 매우 깊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지진의 에너지가 지표면까지 올라오는 동안 많이 분산됐다. 그래서 생각만큼 타격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진원이 깊었기에 지진이 부드러운 침전물과 인접한 산악으로 에너지를 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의 칼 테이프 지질학자는 "보통 지진파는 분지에 올라오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유동화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태평양판이 북아메리카판 밑으로 침하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964년 미국 재난 역사상 최강 지진으로 기록된 규모 9.2 강진도 비슷한 구조에서 일어났다. 당시엔 지진해일이 일어 130명이 숨졌다.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는 "엄격한 건축규정(빌딩코드)도 의미있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는 연 4만 회 이상 지진을 경험하는 지역으로 내진 건축규정이 미국 내 다른 주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엘리자베스 코크란 미 지질조사국(USGS) 지진학자는 "많은 지진을 겪었기 때문에 알래스카는 매우 좋은 코드를 갖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지진이 있었다면 인명 피해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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