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이 작동않는 사회는 결국 망해
과오 덮기 위한 변조는 더 큰 잘못 초래
사회전반 견제와 격려 상호작용 강화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과

조직이 크건 작건, 사회적으로 중요하건 아니건 간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매사 분명하고 사리에 맞아야 한다.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범한 자에게 반드시 벌을 주는 것(信賞必罰)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자들을 왕왕 볼 수 있다. 특히 그렇게 하는 자의 사회정치적 힘이 세거나, 또는 그 자의 행동에 대한 평가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공 세운 사람을 홀대하고 죄 지은 자를 떠받드는 엄청난 과오를 범하게 되며, 그것이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는 대개 그것이 죄가 되는 경우이다. 법과 규정에 정해진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고 불법·탈법·편법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자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 대부분 그 과오를 덮기 위하여 결과를 조작하거나 변조함으로써 더 큰 죄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손을 대면 댈수록 점점 더 그 결과가 지저분해지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경우는, 매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는 비리 관련 기사의 내용이나 검경 수사결과 발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죄를 범한 자들이 거대한 구악적(舊惡的) 존재로 손댈 수 없는 소위 ‘언터처블’(the untouchable)이 되어 있는 경우이다. 다양한 이유로 이러한 ‘언터처블’들이 오히려 비호되거나 대접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경우는 그것이 공이 되는 경우이다. 일의 경중을 떠나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는 그 수행자의 피땀어린 노력이 들어가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상 줄 사람에게 반드시 상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부동의 진리처럼 인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상이 너무 달콤하여 남의 공을 도적질하려는 욕심을 실행하는 자들이 적지 않으며. 특히 고위직에서 그러한 행태가 많다는 점이다.

오묘한 인생사에서는 공을 세운 사람이 반드시 상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 때 공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남의 공을 도적질하는 자들을 징치하는 도덕적 잣대가 살아 있어야 하며, 특히 이를 제도적으로 확립할 수 있다면 보다 이상적일 것이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감찰관들이 음주운전, 폭행, 비리 등으로 연달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사무를 관장하고 있는 권부의 핵심인 만큼,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매사에 삼가고 조심하며 공명정대하게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를 모르는 이는 없지만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중심을 국민에게 두고 이를 처리하면 되는데, 대개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가장 먼저 자신의 거취문제 등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하여 청와대라는 권부의 위상과 대통령의 권위 손상에 대한 우려 등으로 생각이 퍼져 나가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 사실에 접근하게 되고 더 많은 변종의 스토리가 생산된다. 이 때쯤이면 교과서에서 나오던 ‘정직이 가장 좋은 정책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겠지만, 때는 한참 늦은 후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정계, 재계, 관계는 물론 대학 등 교육계와 문화예술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구세대, 기득권, 그리고 지식인 집단일수록 그 위험과 폐해가 큰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서로 긍정적 의미의 ‘견제와 격려’의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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