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언어로 시적 깊이 끌어내

태화강·반구대등 울산비경 담아

시조집 ‘도시를 스캔하다’ 펴내

▲ 박미자 시조시인이 시조집 <도시를 스캔하다>(동학사)를 펴냈다.
박미자 시조시인이 시조집 <도시를 스캔하다>(동학사)를 펴냈다.

‘그는 평이한 언어에서 시적깊이를 끌어올리는데 특별한 솜씨를 가졌다. 특히 단수에서 돋보인다. 이는 이 시조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영 시인이 박 시인의 시세계를 두고 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표현의 깊이와 감각적 처리가 돋보이는 시인의 능력이 짧은 글 정형의 틀 속에서 위력을 뿜어내고 있다.

‘목이 긴 화병 안에/꽂혀 있는 빨간 장미//약속한 오늘 위해/먼저 와 기다렸다고//출입문/열릴 때마다/꽃잎이 갸웃댄다’-‘찻집풍경’ 전문

‘전화기 붙들고/밤새 소곤거렸지//보낼 수 없었으니/끌어안고 있는 거지//보랏빛/꽃필 때까지‘/내 곁에만 있어 줘’-‘칡넝쿨’ 전문

하지만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 여러 연시조 작품을 함께 실으며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십리 대밭 울산에서 보아뱀을 보았다//휘도는 물길 따라 허물 벗고 나아가는//…먼바다/희장을 걷고 동해 환히 열린다’-‘태화강’ 부분

태화강을 노래한 박 시인은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30년 전 울산으로 이사왔다.

그런만큼 ‘고래박물관’ ‘반구대 골짝’ ‘작괘천 물소리’ 등 친근한 글감으로 작품을 쓰기도 했다.

‘…바윗돌 형상 빚고 갈 길 바쁜 급물살/맺혔던 시름 하나 풀어지는 한 순간/저절로 눈이 감긴다, 비경 속에 놓인 계곡…’-‘반구대 골짝’ 부분

박미자 시인은 부산일보 신춘문예(2009)로 등단했다.

제32회 샘터시조상,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장원, 제1회 울산시조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그해 겨울 강구항>이 있다. 운문시대 동인이며, 현재 울산시조시인협회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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